홍문종 한나라당 경기도당 위원장이, 그의 고등학교 후배가 지난해 의정부에서 도의원 출마를 희망하던 사람을 찾아가 당비를 요구할 때 옆에 있었다고 한다. 말이 당비이지 이는 비례대표 공천을 대가로 한 사실상의 공천헌금, 쉽게 말해 돈을 요구한 것이어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더 나아가 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조항에 걸릴 것으로 보이며, 수사당국의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위원장이 도의원 출마희망자를 만날 때 함께 있었던 사람은 지역에서는 ‘공천브로커’ 또는 ‘홍문종 대리인’ 쯤으로 여기는 인물이어서 상황은 더 크게 악화될 것이 뻔하다.
한나라당은 최근 공천혁명을 부르짖으며 시·도당에 공천권을 이양했으나, 공천혁명은 공천장사로 변질돼 ‘차떼기당’에서 ‘매관매직당’으로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 이같은 결과는 양주시장 후보 결정에도 중요한 연결고리가 됐을 것이라는 우려와 의혹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임충빈 시장을 내던지고 의정부시장을 준비했던 이범석 도당 부위원장을 내려 앉히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주시장 뿐만 아니라 상당수 지역의 한나라당 공천이 객관적 기준 없이 진행돼 공천심사 자체가 비웃음을 사고 있다.
상향식 민주주의를 내세우며 창당된 열린우리당 또한 사정은 다를 바 없다. 경기도당이 비례대표 특별당비를 모금하는가 하면, 대통령 비서실장과 당의장을 지낸 문희상 국회의원이 있는 의정부에서는 시장후보가 전략공천이라는 이름 아래 결정됐다. 10여년을 지역에서 활동하며 시장선거를 준비한 김경호 의원이 열흘이나 단식을 하며 경선을 촉구하고 있음에도, 아예 죽어보란 듯 버젓이 박영하 변호사를 내세웠다. 노무현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고 당을 대표해 전국을 누비며 ‘민주주의 전도사’를 자처하던 문희상 국회의원은 이제는 권력을 탐하는 자로 변질됐음을 알리는 중대 사건이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원칙과 기준 없이 제멋대로 공천장을 남발하는 동안 소신과 열정을 가진 정치인, 깨끗한 정치를 갈구하는 국민들은 염증을 느끼고 정치에 대한 관심을 접어버린다. 국민의 정치 무관심이 우리나라 대표정당과 정치인들이 바라는 현실일지도 모른다. 될대로 되라. 이 얼마나 무서운 국민의 여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