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을 제압하는/노고지리가 자유로왔다고/부러워하던/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노고지리가/무엇을 보고/노래하는가를/어째서 자유에는/피의 냄새가 섞여있는가를/혁명은/왜 고독한 것인가를//혁명은/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김수영 ‘푸른 하늘을’)
1960년 4.19혁명이 일어나자 시인 김수영은 ‘푸른 하늘을’ 노래하며 피를 토했다. 발췌개헌, 사사오입 개헌 등 불법적인 개헌을 통해 12년간 장기 집권한 것도 모자라, 제4대 정·부통령을 선출하기 위해 실시된 선거에서 자유당 이승만 정권은 반공개 투표, 야당참관인 축출, 투표함 바꿔치기, 득표수 조작 발표 등 부정선거를 자행하다 민중의 항거에 직면, 결국 대통령직에서 하야하기에 이르렀다.
벌써 46년이 흘렀다. 그러나 당시 피를 흘리며 자유와 민족통일을 외치던 4.19세대중 일부는 정치권으로 흘러간 뒤 정치꾼으로 전락했다. 그들은 ‘어찌하여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있는지,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지’를 묻는 김수영 시인의 질문에 적절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게 어찌 4.19세대 뿐이랴. 5.18세대도 그렇고, 모래시계 세대도 그러하며, 386세대도 별반 차이가 없다. 어제는 단지 4.19혁명 46주년이라는 것 말고는 정치 블랙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꼴이 똑같다.
이제 우리시대에서 할 수 있는 혁명이란 천지개벽을 빼고는 투표 밖에 없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투표부대가 된다면, 그리하여 좀더 솔직하고 진정한 국민의 일꾼을 뽑는다면 우리나라 모양새가 이처럼 엉터리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 무서운 줄 모르는 정치꾼들 때문에 우리나라 정치는 그다지 희망적이지 못하다. 돈과 권력을 향한 모사만 철철 넘처난다.
투표부대가 되어, ‘전쟁’에서 승리한 다음날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그 지긋지긋한 놈의 사진을 떼어서/조용히 개굴창에 넣고/썩어진 어제와 결별하자/그놈의 동상이 선 곳에는/민주주의의 첫 기둥을 세우고…어서어서 썩어빠진 어제와 결별하자’. 지저분한 정치꾼들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