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31 지방선거에 열린우리당 후보가 되어 당당히 의정부시장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혀온 의정부시의회 김경호 의원이 끝내 철통같은 현실정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것도 그가 우회적으로 지칭한 ‘1인보스 해바라기 구태정치’의 상징인 문희상 국회의원의 ‘손짓’에 경선촉구 단식 13일째인 23일, 단식을 풀고 공천결과를 인정했다. 이로써 지역에서 기존 정치에 신물난 사람들에게 상큼한 청량제 역할을 해온 김경호 의원의 치열한 싸움은 끝을 맺게 됐다. 그가 그동안 ‘도의원 출마는 절대 없다’고 공언한 말도, 그의 진실된 마음과는 다르게 어찌보면 시장후보 경선을 준비한 정치적 화술이었다는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 현실정치는 그에게 어떠한 명분도 주지 않았고, 김경호 의원도 마땅한 명분을 찾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게 됐다.
이같은 사례는 사실 여기저기 널려있다. 한나라당 동두천시장 후보가 되기 위해 ‘수호사랑’이라는 팬카페까지 조직했던 동두천시의회 박수호 의원도 ‘도의원 출마는 안한다’고 주장해왔으나, 이같은 주장도 결과적으로는 거짓말로 나타났다. 동두천시장 후보가 되지 못하는 대신 도의원 후보가 됐기 때문이다. 그것도 순탄하게 도의원 후보가 된 게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제2선거구 도의원 출마를 준비했던 같은 당 최용복 도의원은 ‘박수호 의원이 시장 공천 안주면 무소속으로 시장 출마한다고 으름장을 놓았으며, 당이 어쩔 수 없이 특혜공천을 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나라당 의정부시장 후보가 되려 했던 신광식 도의원이 상대적으로는 점잖아 보인다. 2002년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까지 연거푸 시장출마가 좌절됐고, 이 때문에 ‘소신이 없다’는 지적을 받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큰 잡음은 만들지 않았다.
애당초 원칙대로 끝장을 보거나, 아니면 현실을 재빨리 인정하고 몸을 낮추지 않으면 ‘명분없는 행동만 했다’고 지지자들이나 관련 정치인들에게 쓴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다.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그냥 칼을 내버리는 무책임한 행동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힘있고 돈있는 사람들이 좌지우지 하는 정치판이다보니 나름대로의 소신을 갖고 분명한 입장과 행동을 하는 비주류 정치인들은 ‘돈키호테’가 되어 버린다. 개인들에게는 씁쓸하겠지만, 정치가 얼마나 비정하고 야만적인지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우리는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