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를 맞아 매니페스토(manifesto 정책강령) 열풍이 불고 있다. 사전에도 없는 이 용어를 우리나라 말로 풀이해보면 ‘참공약 선택하기’쯤 된다. 매니페스토의 어원은 라틴어의 ‘손(manus)’과 ‘치다(fendere)’가 합성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손으로 치다’-‘손으로 느껴질 만큼 명확히 하다’-’명확히 나타내 보인다’로 파생되어 정치용어가 됐다는 설명도 있다.
5.31 매니페스토란, 유권자들은 후보자가 제시한 공약을 꼼꼼히 비교하고 따져서 가장 실현 가능한 공약을 제시한 후보자에게 투표하자는 운동이다. 또 당선자가 임기동안 공약을 제대로 실천했는지 평가하여 다음 선거 때 지지여부를 결정하자는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매니페스토 5대 지표는 스마트(SMART)다. 구체적이고(Specific), 측정가능하며(Measurable), 달성할 수 있으며(Achievable), 정책이 타당해야 하며(Relevant), 시간계획이 있어야(Timed) 한다.
우리나라 정당과 정치인들은 선거 때만 되면 온갖 공약을 남발하며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려 노력해왔다. 환심은 곧 표와 연결되기 때문이었다. 이는 일부 유권자들의 무관심한 정치의식을 이끌어내는데는 성공했지만, 결과적으로 사기에 가까운 정치행태일 뿐이었다. 한나라당 지지세력인 보수언론으로부터 노무현 정권이 비판받는 인기영합주의·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populism)와 크게 다를 바 없다. 한나라당이건 열린우리당이건 상관없이, 과거 어느 정당 구분없이 상당수 공약이 거짓약속으로 바뀐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2002년 지방선거 때 경원선 고가 전면 실시, 4년제 대학 유치, 경기북도 신설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김문원 의정부시장을 포함해 우리지역 정치인 상당수가 현재 자신이 약속했던 공약을 기억이나 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번 지방선거에 다시 도전하는 현역 정치인들은 과거 자신이 유권자들에게 제시한 공약이 어느 정도 실천됐는지와 실천하지 못한 공약은 왜 그렇게 됐는지 이유를 밝히는 게 우선이다. 말만 많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정치인들은 한낱 봄날 아지랑이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