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경전철과 관련해 많은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이번에는 지난 감사원 감사보고서를 중심으로 정부의 잘못과 오류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의정부경전철사업은 공공성이 높은 민자사업으로 정부에서 철저하게 관리감독을 해야 했다. 의정부시가 사업과정에서 많은 오류를 범했지만 정부의 원인제공도 큰 몫을 차지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도시철도(경전철)사업이 위기에 처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의정부경전철은 정부고시에 의해 추진된 민간투자시설사업이다. 도시철도기본계획에 따라 사업추진단계부터 실시협약체결 등 전 과정에 걸처 국가의 법체계와 정부의 지휘감독을 받아 진행된 사업이다.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이용수요 검증과 실시협약체결이다. 의정부경전철은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민간이 제출한 수요예측보고서를 의정부시와 함께 검증하고 협상업무를 진행하였다.
정부가 이용수요 과다예측 원인제공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시철도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부터 공사단계까지 단계별로 총사업비를 관리하도록 ‘국가통합교통체계효율화법’과 ‘국가재정법’ 및 ‘총사업비 관리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경전철에 대한 수요예측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전철의 수단분담율을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도록 경전철 특성을 반영한 효용함수와 수단분담모형을 정립하고, 이에 따라 수단분담율을 추정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도시철도사업이 확대되고 있었음에도 경전철 효용함수나 수단분담모형 등에 대한 검토나 보완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의정부경전철의 이용수요예측을 위한 수단분담모형이나 효용함수는 민간이 임의로 개발한 것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고,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 검증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부에서는 경전철 등 공공교통 투자사업의 수요예측시 택지개발사업 등 개발계획을 추가하는 경우 택지 등 개발계획의 계획인구가 입주현황보다 먼저 반영되어 수요가 과다 추정되고 이로 인해 타당성 없는 사업이 먼저 추진되는 일이 없도록 예비타당성 평가지침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러나 정부는 제때 보완조치를 하지 않아 현실과 다르게 계획인구가 과다 반영되고 이로 인해 수요예측이 과다 추정되도록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 실제 의정부시의 경우 송산지구 택지개발사업 등 5개 사업에서 2012년 10월 현재 입주율이 당초 실시계획에 비해 86%에 그치고 있어 장래 예측수요가 과다 추정되는 원인이 되었다.
요금기준 미비로 이용율 저하 원인제공
정부(기획재정부)는 경전철 등 공공교통시설 건설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1995년부터 민간투자사업의 추진절차 및 방법 등을 규정한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을 매년 수립·고시하고 있다. 도시철도(경전철) 요금은 기존 대중교통시설보다 높을 경우 경쟁력을 잃을 수 있거나 통합환승할인제 등 요금제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주민들의 이용불편과 요금에 대한 불만과 분쟁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민간투자사업을 시행할 경우 적격성조사 등 사업초기 단계부터 기존 대중교통 요금체계를 수용하거나 상한기준내로 요금을 검토하도록 규정을 마련해야 했다.
그런데 정부는 민간투자사업의 사용료(요금) 적정성을 검토할 때 재정사업 대비 1~1.5배 이내 수준에서 검토할 뿐 기존 요금체계 수용여부나 상한기준을 마련하도록 하지 않았고, 특히 경전철에 대하여는 사용료 상한기준 등을 마련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의정부경전철은 요금결정시 경쟁대상인 버스요금 대비 1.51배(마을버스 대비 1.96배) 높은 981원(불변가격)으로 결정되어 버스에 비해 경전철의 수단경쟁력이 떨어져 경전철 이용이 저조한 원인을 제공하였다.
경전철 건설 후 버스과잉공급 방치
정부(구 국토해양부)는 대중교통을 체계적으로 육성·지원하고 효율적인 교통체계를 구현하기 위해 대중교통기본계획을 수립·고시하는 한편, 의정부시장으로 하여금 정부의 대중교통기본계획과 연계하여 지방대중교통기본계획을 수립·고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위 대중교통기본계획에 따라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의 수단분담율을 조정·반영하면서 도시철도계획과 연계하여 대중교통의 목표지표를 수립하고 의정부시로 하여금 이에 따라 해당 지방대중교통계획을 운용하도록 수립지침을 마련했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한 지침을 수립하고 시행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의정부시로 하여금 의정부경전철사업을 추진하고서도 버스와 전철의 분담율을 8.1% 높게 수립하여 버스의 과잉공급을 방치하였다. 그 결과 의정부시가 경전철을 건설하고도 버스를 많이 이용하도록 대중교통 목표지표를 수립함으로써 경전철 수요저하가 예상되는 등 대중교통수단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될 여지가 있도록 하였다.
가이드라인 없어 해외의존도 높아져
정부는 경전철의 도시철도기본계획을 확정하는 등 국내 경전철 건설사업을 주관하고 있으며 ‘도시철도차량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등 경전철을 포함한 도시철도 차량관련 규정을 운용하고 있다. 전국의 각 경전철 차량시스템은 철제, 고무 등 다양한 형식으로 도입되어 있다.
일반철도 및 고속철도와 다르게 철도를 건설하거나 운영 실적이 없는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차량을 선정한 후 사업을 추진한다. 그로 인해 잘못된 차량선정으로 공사비 및 운영비 등이 많이 소요될 우려가 있다. 경전철 노선은 장래 건설될 광역철도 및 경전철 등 다른 노선과 연계될 것을 고려하여 차량을 선정하는 것이 교통시설사업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정부에서는 각 지자체에서 경전철 사업을 추진할 경우 생애주기를 고려한 사업비와 다른 노선과의 연계계획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차량선정 절차 등 지자체에서 합리적으로 결정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각 지자체에서 운영비, 건설비 등 종합적 고려 없이 제 각각 차량을 선정하고 있는데도 국가적 차원의 차량선정 절차 등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해, 용인, 의정부 등 각 자치단체에서 효율적인 차량선정이 되지 않아 해외업체 의존도만 강화시켰다.
실례로 김해, 용인, 의정부 등 경전철 민자사업은 실시협약에 따라 영업개시 후 30년간 차량시스템 오류 및 수정작업을 해외업체에 의존하여 조치할 수밖에 없고, 향후 30년 이후 사업시행자의 운영가능 여부도 불투명하다.
해외차량 도입시 국내로 기술이전을 감안하여 차량을 선정하지 않아 장애가 발생하거나 운영비에 대한 견해차가 발생해도 신속한 대응이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 용인, 김해, 의정부 등 지자체들은 무리한 경전철사업으로 어려움에 봉착해 있으며, 노인무임 실시나 환승할인 등 각종 교통편익제공에 따른 재정부담이 높아 2중 3중의 위험에 처해 있다.
경전철사업에 정부재정이 투입되어야 할 이유는 정부가 경전철 파탄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