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표 건설사중 하나인 (주)태영에게 설계변경 등의 수법을 동원해 200억원대 금신지하차도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맡긴 의정부시와 의회의 이해못할 의혹이 몇 년째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다. 태영은 그동안 경기북부지역에서 설계변경 등에 따른 ‘계속 공사’를 명분으로 천문학적인 공사를 다른 업체와 경쟁없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수주해온 업체로 유명하다.
그런 업체가 결국은 금오지구택지개발공사를 통해 벌어들인 의정부시의 막대한 이익금을 김문원 시장의 강력한 추진방침과 도시계획변경 등을 등에 업고 되가져갔다. 이 과정에서 2003년 6월 의정부시의회 호주·뉴질랜드 해외연수비용을 충당해줬다는 강한 의혹이 제기됐고, 실제로 허환 당시 시의회 의장은 개인돈이라며 440만원을 불쑥 통장에서 빼내 연수비용으로 썼다.
태영 현장소장은 2004년 6월 이충선 시장 비서실장과 경찰 등을 동원해 당시 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술집으로 불러낸 뒤 예산을 통과시켜달라며 압박과 회유, 로비를 한 것으로 밝혀지는 등 온갖 추문이 나돌았다.
그런데 최근 이같은 행태의 연장선상에서 발생했을 것으로 보이는 구체적인 증언이 나와 비상한 관심을 부르고 있다. 계속되는 의회의 예산안 부결을 참다못한 김문원 시장측이 허환 의장에게 돈로비를 의뢰했고, 허 의장은 김 시장측으로부터 돈을 받아 의회 의원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것이다.
계속되는 의회의 예산안 부결과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계속되는 의정부시의 집요한 예산안 상정, 그리고 상식을 뒤엎고 2004년 12월 의회가 금신지하차도 예산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상당한 의구심을 갖고 있던 시민들은 나름대로의 ‘그림’을 그릴 수 밖에 없다.
이쯤되면 검찰과 경찰이 금신지하차도 비리의혹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밝힐 때가 됐다. 아직까지 의정부시 최대 ‘의혹사업’인 금신지하차도와 관련한 정밀한 수사를 했다는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검·경이 뒷북때리기식, 울며겨자먹기식 정도의 내사 수준으로 정황을 파악하는 것은 지금 상황에선 적절치 않다. 많은 시민들과 정·관·재계 인사들의 강한 의구심을 풀어, 반드시 진실을 밝혀야 한다. 비리가 있는지 없는지 명명백백하게 가려야 다시는 이같은 의혹이 고개를 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때마침 김문원 시장측이 증언자들과 언론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정말 사실과 다른 억측으로 피해를 봤다면서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오히려 검·경으로서도 수사를 하기에 훨씬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경은 타의에 의한 움직임보다 시민의혹 해소차원에서라도 스스로 밀도 높게 사건을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성역과 수사 가이드라인을 정하지 말고 원칙대로 모두, 모든 것을 수사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