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바위판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흥정이 난무하고 있다. 민심은 없고 오직 당심을 가장한 사심만 분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역발전을 애타게 염원하는 시민들의 냉대와 무관심이 커질까 걱정스럽다. ‘너희들 나라의 너희들 정치판’이라는 지적이 서민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
열린우리당 의정부시장 후보로 출마를 준비해온 의정부시의회 김경호 의원이 11일 급기야 경선을 촉구하는 항의단식에 들어갔다.
김의원은 단식에 앞서 성명서를 통해 정치의 1인보스체제를 질타하고, 해바라기 정치행태를 벌였던 본인의 과거를 머리 숙여 사죄했다. 그가 은유적으로 지목한 1인보스는 열린우리당의 문희상 국회의원을 사실상 지칭하는 것이어서, 앞으로 본인에게 불어닥칠 엄청난 피해와 시련을 고스란히 떠안겠다는 비장한 각오로도 해석된다.
사실 김경호 의원은 박세혁 전 의원과 함께 그동안 ‘문희상 장학생’으로 일컬어지던 인물이다. 문희상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총대를 메고 선거운동을 벌였고, 그의 형인 김경준씨가 총선에 출마했을 때도 그는 ‘문희상’을 연호했다. 나름대로의 소신과 정치적 계산이 내포된 행동 때문에 ‘문희상 똥구멍을 핥아먹을 놈’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받기까지 했다. 강성종 국회의원이 두 번이나 출마할 때도 그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그런 그가 이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후보를 열린우리당 창당정신에 걸맞게 경선으로 뽑자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킨 배경중 하나는 전국을 뒤흔든 경선 흥행이었다.
지난 1월 의정부에서는 당원협의회장을 경선으로 선출했으나, 문희상 국회의원과 강성종 국회의원은 유독 시장후보를 낙하산 공천하려 하고 있다. 경선 패배자는 깨끗이 결과에 승복하고 힘을 몰아주자는 호소도 쇠귀에 경읽기다. 두 국회의원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김경호, 박세혁으로 대변되는 장학생들이 이제는 불량학생으로 보이는 까닭이 무엇일까. 그들을 길바닥으로 내버린 이유가 뭔지 속시원하게 밝혀야 한다. 대통령국민참여경선을 주장했던 그들이 이제는 당을 사당화시키고 있다. 정도를 걷지 않으면 언젠가는 자멸할 날이 올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