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가 임신 여직원 성추행 관련 징계를 앞두고 선처를 호소하는 직원들의 탄원서를 징계대상자인 황모 사무관이 직접 대필조작한 사건을 사실상 ‘없었던 일’로 처리한 가운데, 이번에는 의회의 불법해외연수를 위해 예산을 편성한 책임자들까지 봐주기식으로 조치하는 등 면죄부를 남발하고 있다.

양주시는 양주시의회와 짜고 지난 4월13일 열린 의회 제162회 임시회 제1회 추경예산안 심의 때 행정자치부 예산편성 매뉴얼을 어기고 불법으로 공무원이 연수를 가는 것처럼 꾸며 의원 국외여비를 추가했다.

의원들은 이 불법예산으로 4월20일부터 5월1일까지 11박12일에 걸쳐 러시아, 스페인, 모로코, 포르투칼 등 4개국을 다녀왔다.

양주시 예산편성 및 공직감사 책임자인 백윤기 기획감사담당관은 애초“의회가 나름대로 쓸 일이 있어서 의회 요구에 따라 예산서를 작성했다. 의회는 독립된 기관이라 예산집행권은 의회에 있다”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가 부패추방 양주시민운동본부를 결성하고 ‘혈세도둑질 불법 초호화 해외여행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려 하자, 양주시는 뒤늦게 자체적으로 감사를 벌였다.

양주시 기획감사담당관실은 자체감사를 벌인 뒤 6월21일 불법예산편성 책임자인 백윤기 기획감사담당관과 윤항노 의회사무과장, 하급자인 신모 예산계장은 훈계처리했다. 훈계란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긴 하나 100번을 훈계 받아도 공무원 신분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의미없는’조치다. 감사원 감사를 대비, 일사부재리 원칙을 겨냥한 ‘보험성’ 조치를 취한 셈이다.

양주시는 그러나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를 이행한 하급자 이모 의회의정담당은 실무자라는 이유로 징계조치하는 등 형평성 논란까지 일으키고 있다.

양주시 인사위원회(위원장 유정인 부시장)는 7월19일 인사위를 개최하고 징계요구된 이씨에 대해 불문경고 처리하고, 7월26일 총무과에 의결사항을 넘겼다. 불문경고는 1년동안 표창을 못받는 등 신분상 불이익 처분이다.

인사위는 ▲예산 부적정 편성 혐의는 있으나 의원들이 해외연수비 전액을 반납했고 ▲5월21일 열린 제163회 임시회에서 의원들이 공식사과한 점을 참작하여 더 이상 문제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형평성 논란과 보험성 조치에 대해 백윤기 담당관은 “이모씨는 실무책임자이기 때문에 징계했으며, 시의 절차와 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감사원도 재감사한다”고 주장했다.

백 담당관은 이어 “감사원도 우리가 감사한 내용과 범위가 부족하면 추가처분을 한다”며 “그러나 감사내용과 범위가 같으면 이중처벌은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기획감사담당관실을 직속으로 지휘하는 유정인 부시장 겸 인사위원장은 “인사위원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내린 판단”이라고 해명했다.

양주시 내부에서는 “감사라인이 자신들과 간부 공무원들은 봐주고 하급자들만 조치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