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가 하필이면 현충일 전날 공무원 건강줄넘기 대회를 진행하며 술판을 벌였다. 일부 부서에는 일제의 욱일승천기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깃발과 현수막을 제작하고, 특히 이를 국기게양대에 거는 몰지각한 행태까지 보였다.
양주시는 6월5일 오후 5시부터 9시경까지 본청 및 읍면동 직원 등 전체 공무원이 시청내 광장에 모여 건강줄넘기 경연대회를 가졌다. 이를 위해 일부 부서는 단체복을 맞추기도 했고, 1등을 하겠다는 의지로 깃발과 현수막을 제작하기도 했다. 과일과 음료수 등 간식도 준비했다.
양주시는 전 직원의 기본체력 향상과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직원간 공동체 의식과 협동심 함양을 위한다는 취지로 지난해부터 건강줄넘기 경연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개인·단체별 경연 및 OX퀴즈대회, 행운권 추첨 등이 진행됐다.
그런데 저녁이 되면서 막걸리와 맥주, 소주 등 술이 나와 집단적인 술판이 벌어졌다. 건강줄넘기 경연대회가 ‘술먹기 경연대회’가 된 셈이다. 시청내 광장에서 양주시 현충탑까지는 걸어서 불과 3분도 되지 않는 거리다.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고 순국선열과 전몰장병의 숭고한 호국정신과 위훈을 추모하는 현충일 전날, 그것도 현충탑이 지척인 공공기관에서, 다름 아닌 공무원들의 상식을 벗어난 행동은 또 있었다.
일부 부서는 욱일승천기를 연상시킬 수 있는 배경의 깃발을 제작해 줄넘기 대회 내내 깃발을 휘날렸으며, 유사한 디자인의 현수막까지 만들어 아예 국기게양대에 거는 일까지 저질렀다.
양주시 한 관계자는 “공무원 자체 행사에서 술 몇잔 마신 게 큰 문제인가”라고 말했다.
깃발 및 현수막 제작 부서장은 “실무자가 응원도구를 취급하는 인터넷쇼핑몰의 디자인 시안을 보고 고른 것이지,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니다”라면서 “욱일승천기 같다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공무원은 “현충일 바로 전날, 공무원들이 시청에서 술을 먹고 게다가 욱일승천기 같은 현수막을 국기대에 게양한 일은 어처구니 없어 말도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