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유치뒤 ‘수십억 가치’ 회사지분 부인앞으로 받아
업자로부터 돈을 챙긴 혐의(알선수재) 등으로 지난 2월18일 구속 기소된 양주시 기업지원·투자유치 담당 공무원 송모(6급·48)씨가 공문을 짜깁기하여 투자자를 현혹한 것으로 드러났다. 송씨는 또 경북 구미에 있는 업체를 유치할 때 수십억원대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회사 지분 10%를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
6월4일 의정부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이재석) 주재로 열린 제4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선 이모씨(사기혐의로 구속된 ‘ㅈ그대로’ 대표 박모씨의 후배이자 회사 직원)에 따르면, 송씨가 만들어준 허위공문을 근거로 투자자를 유치했다는 것이다. 이씨가 나중에 공문의 진위를 경기도에 파악하자 송씨가 이를 알고 먼저 전화를 걸어 화를 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공문은 ‘2010년 산업단지 공급계획’이라는 제목으로 2010년 1월22일 경기도가 해당 시군에 통보한 것인데, 송씨는 이 공문을 첫장으로 사용하고, 뒷장에 ‘ㅈ그대로 기업유치계획’이라는 별개의 양주시 내부문서를 첨부해 마치 ㅈ그대로가 산업단지를 배정받은 것처럼 현혹했다.
‘ㅈ그대로 기업유치계획’ 내용은 양주시 율정동 음식물처리기계 제조업체 ㅈ그대로가 광적면 덕도리 산업단지 개발에 87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고용인원은 무려 1천820명이나 된다는 것이었다.
송씨로부터 이 공문을 확인한 양주시 남면 ㅇ엔지니어링 대표 박모(48)씨는 2010년 9월8일 등 2회에 걸쳐 송씨가 보는 앞에서 양주시청에서 폰뱅킹으로 ㅈ그대로 대표 박모(48)씨에게 공장부지 계약금 6억5천만원을 송금했다.
증인 이씨에 따르면, ㅈ그대로 박씨는 덕도리 산업단지 개발에 참여하겠다며 투자한 ㅅ투자회사의 105억원짜리 수표가 위조된 사실을 알고도 ㅇ엔지니어링 박씨에게 분양대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광적면 덕도리 토지주인 광산김씨 종중과 이미 토지매매계약이 파기된 상태였다. 광적면 덕도리는 공무원 송씨가 소개해준 땅이다.
증인 이씨는 ㅈ그대로 박씨가 ㅇ엔지니어링 박씨로부터 1억5천만원을 받은 다음 날인 2010년 9월9일 1천만원을 공무원 송씨에게 줬고, 10월27일에는 2천250만원을 줬다는 말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이는 이씨의 개인수첩에 적혀 있는 내용으로, 증거로 제출된 수첩에는 ‘양주형님이 카드연체 및 토지매입 이자 때문에 (힘들어하니) 그냥 주는 돈’이라고 써있다. 양주형님은 공무원 송씨다.
이와 함께 송씨는 양주·동두천의 한 지역신문에게 사용하라고 준 본인 신용카드 2장의 연체대금을 갚기 위해 ㅇ엔지니어링 박씨로부터 2천400만원을 받은 사실이 제3차 공판에서 알려졌다.
이외에도 송씨는 경북 구미에 있는 ‘ㅈ세라믹’이라는 회사를 양주로 유치한 뒤 이 회사의 지분 10%를 부인 앞으로 넘겨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송씨는 또 이 회사 대표 박모씨와 합의하여 부인 임모씨를 새로운 대표로 내세운 뒤 개인사업자등록증을 교부받았다. 이 회사를 법인으로 전환하면 지분 20%를 받기로 하기도 했다. 송씨는 이 회사 대표 박씨에게 ㅈ그대로 박씨를 투자자로 소개한 사실도 밝혀졌다. ㅈ그대로 박씨는 ㅈ세라믹 박씨에게 투자명목으로 회사 내부자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증인으로 나온 ㅈ세라믹 박씨는 “송씨가 기업유치팀장으로 도와준 것이 고마워 지분 10%를 준 것으로, 송씨가 공무원이라 부인 명의를 빌린 것”이라며 “회사가 정상화되면 지분 10%는 수십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건물임대료 1천만원과 전기세 130만원을 송씨에게 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송씨 변호인은 증인 이씨의 개인수첩에 적혀 있는 내용이 경찰 수사 때 경찰 앞에서 작성된 허위내용이라고 강력 주장했다. 그러나 이씨는 “필적감정을 해도 좋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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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주시 공무원 송씨가 짜깁기하여 제시한 산업단지 관련 투자유치 공문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