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양주시기업인협의회(양주기협) 움직임이 상식적인 기업인 집단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모습이어서 실망스럽다.
10년 전인 2003년 임충빈 양주시장 시절 ‘기업과 고객이 함께하겠다’는 뜻으로 창립된 양주기협은, 그러나 아쉽게도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국장에 임충빈 시장의 측근을 기용했다. 당시 사무국장은 기업업무와는 무관하게, 임 시장의 선거운동을 지휘하던 사람이었다.
양주기협은 이 사무국장을 지렛대 삼아 양주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상대로 지난 2009년 레진콘크리트관(레진관)으로 결정된 양주신도시 하수관(우수관) 자재를 관내업체 생산제품인 원심력 철근콘크리트관(흄관)으로 변경시키는 수완을 발휘했다. 이 때문에 흄관에 비해 성능이 뛰어난 레진관 생산 관외업체는 사실상 부도가 났다.
이런 식으로 관공서와 밀착된 행보를 보인 양주기협은 2010년 현삼식 시장이 취임하자마자 임충빈 전 시장 측근을 몰아내고, 다시 현 시장 선거사무장을 사무국장으로 영입하는 생존전략을 구사했다.
양주기협은 또 이 사무국장을 앞세워 지난해 12월 최소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이면 구축할 수 있는 온라인쇼핑몰(양주장터,
www.yangjumarket.com)을 만들겠다며 양주시로부터 2억원 가까운 예산을 받아 썼다. 그러나 양주장터는 엄청난 시민혈세를 사용하고도 부실한 콘텐츠와 조악한 디자인, 폐쇄적인 운영방식 등으로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주기협은 이 엉터리 쇼핑몰을 개선하겠다며 양주시에 1억2천여만원을 추가 요구하여 의회가 반발했으나, 끝내 3천200여만원이라는 시민혈세를 또 지원 받는다. 회사를 경영하는 기업인들이 자기회사 일, 회사돈이라면 상식적으로 이런 엉터리 같은 쇼핑몰을 구축할리 만무하다는 점에서 양주기협의 도덕성과 기업윤리까지 추궁 받아야 마땅한 사건이다.
이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2005년 임충빈 시장 시절 구축된 ERP시스템(전사적 지원관리시스템)을 2011년 12월 다시 구축하겠다며 양주시로부터 보조금 3천만원을 받아 썼다. 양주시가 발주한 섬유지원센터 공사 관급자재 납품업체들로부터는 발전기금 명목으로 후원금 수천만원을 챙겼다. 이 관급자재 납품업체들은 모두 관외업체들이어서 양주기협에 ‘발전기금’을 낼 이유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의혹은 증폭된다.
이처럼 기가 막힌 윤리실종 행태를 보인 양주기협은 온라인쇼핑몰 문제 등을 이유로 지난 4월 사무국장을 사퇴시키더니, 5월20일 회장의 개인 친목회원을 사무국장으로 특별채용했다.
이같이 개선의 여지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낯뜨거운 일이 벌어지다보니 양주기협 주위에서는 임원들이 양주신도시 조성공사 등에 자기회사 제품을 관급자재로 납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어쩌다 기업인 집단인 양주기협이 동네 구멍가게처럼 굴러가고 있는지 안타깝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