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마가 집어삼킨 꽃다운 영혼 둘
“다시는 너희들을 볼 수 없다니”
어린 생명들을 앗아간 비는 그날도 병원과 학교, 벽제로 향하는 길 위에 흩뿌리고 있었다.
지난 15일 오후 2시30분경 의정부 신천병원 영안실에서는 12일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박소현(14), 재범(12) 남매의 영결식이 열렸다. 유가족들의 통곡 속에 출발한 영구차는 두 아이가 다니던 백석중학교에 들러 학우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소현양의 담임이던 이경화 선생은 “평소 학급 체육부장을 맡는 등 힘들어도 힘든 내색을 안 보이는 활발하고 밝은 아이였고 친구도 많았다”며 애석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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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소현양의 책상에는 백석중학교 친구들의 ‘무사히 돌아오라’는 글이 가득하다. 그러나 다음날 소현양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
친구들의 눈물바다가 된 학교를 나온 영구차는 평소 학교와 집을 오가던 길을 지나 오후 5시경에 벽제화장장에 도착했다. 아버지 박천욱(47)씨는 아이들의 시신이 로전실(화구)에 들어가자 “애들이 보이지 않는다”며 절규하다가 실신했다.
화장장까지 따라온 재범군의 친구 이은지, 김보람양은 “처음에는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황당하고 속상해요”라며 아직도 친구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화장이 끝나고 유골이 된 아이들을 보자 어머니 김연숙씨는 유골함을 안고 “내 새끼들…엄마 내 새끼들이야…”라고 울부짖으며 움직이려 하지 않아 남매의 외할머니와 식구들이 말려야 했다.
두 아이의 유해는 서울 관음사에 안치됐다.
남매의 작은 할아버지 박수만씨는 “며칠 전 아이들에게 자전거를 사줬더니 좋아라 타고 다녔는데, 그 좋아하는 자전거 몇 번 타보지도 못하고… 가려면 자전거나 많이 타보고 가지”라며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본지 http://blog.paran.com/hotnews24 동영상뉴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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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신천병원 영결식장과 백석중학교는 유족과 친구들의 눈물바다가 됐다. |
소현·재범 남매는 지난 12일 오후 3시경 양주시 백석읍 백석중학교에서 귀가하던 중 오산천 인근을 지나다가 범람한 흙탕물로 누나인 소현양이 물에 빠지자 동생인 재범군이 이를 구하려다 함께 배수로로 말려들어 실종됐다.<본지 7월13일자 3면 참조>
재범군은 이날 오후 8시경 사고지점에서 700여m 떨어진 복개천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소현양은 14일 오전 8시경 3㎞ 떨어진 백석읍 단촌삼거리 신당교 부근 하천에서 인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