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의 날’ 특별기고
불사조 마을에 아침이 밝았습니다. 바루는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제 불사조 마을을 대표하는 동물을 선출해야 하는데 동물들마다 의견이 너무 달랐기 때문입니다.
어제 저녁에는 여우가 찾아와서 말했습니다. “바루 아저씨, 아시다시피 우리 마을은 너무 촌스러워요.” 바루가 말했습니다. “우리 불사조 마을이 촌스러워?”
여우가 말했습니다. “그럼요! 길도 포장되어 있지 않아 먼지가 풀풀 날리니 옆 마을에서 우릴 비웃는다고요. 하루라도 빨리 길을 포장하고 집도 예쁘게 다시 지어서 마을을 보기 좋게 만들어야 해요.” “네 생각은 알겠다만 그건 나에게 와서 얘기할 게 아니라….”
“그렇죠? 전 어떻게 해야 보기 좋은지 꾸밀 줄도 알고, 그런 재주를 가진 옆 마을 기술자 여우와도 친해요. 그 여우는 다른 마을의 여우 기술자와 재료를 공급하는 늑대도 잘 알죠. 그러니까 우리 마을을 위해서 제가 대표가 되어야 해요. 절 도와주실 거죠?” 여우는 바루의 말은 제대로 들으려 하지도 않고 자기 말만 신나게 하고는 자기를 도울 동물들을 찾으러 간다며 돌아가 버렸어요.
바루가 따뜻한 차 한 잔을 타서 마시면서 여우의 말을 되짚어 생각해 보려는데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어요. 이번엔 곰이었어요.
“바루 아저씨, 안녕하세요? 이번 마을 대표를 뽑는데 한 말씀 드리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여우가 와서 뭐라고 하든 그 여우의 말은 믿지 마세요. 마을을 예쁘게 꾸민다고 하는데 그게 우리 마을을 더 좋게 만들어 주진 않거든요. 길이 단단한 콘크리트로 덮이면 풀도 덜 자랄 거고 그러면 꽃도 나비도 적어지겠죠? 그럼 주민들이 좋아하는 꿀도 과일도 줄어들어요. 집은 지금도 튼튼하잖아요. 우린 이대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뭐 때문에 옆 마을 동물들한테 좋게 보여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건 다 여우의 허영심 때문이겠죠. 그러니까 여우 얘기 들으시면 안돼요.”
“허허… 난 누가 대표가 되도록 도와주지는 않는단다. 그건 어느 동물이더라도 마찬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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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루 |
그래요. 사실 바루는 누구 편도 들지 않고 옳고 그름을 가리는 공평한 성격의 침착한 닭이랍니다. 동물들은 대표를 뽑을 때 동물들끼리 싸우고 헐뜯어서 마을 전체가 편이 갈려서 서로 미워하지 않도록 공정한 심판 역할을 바루에게 맡겼어요. 그건 아주 중요한 일이었죠.
하지만 때가 되면 대표가 되고 싶은 동물들은 이렇게 바루를 찾아와 자기를 도와달라고 억지를 부렸습니다. 때론 다른 동물을 도와준 거 아니냐며 행패를 부리는 동물도 있었죠. 누군가를 돕는다는 건 이미 공평한 일이 아니고, 그러면 그건 바루의 일이 아닌데도요.
바루는 아침밥을 준비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러자 식탁에 수저와 물컵을 놓으며 바루를 돕던 참참이와 알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어요. “아빠, 고민이 있으세요? 뭐든 말씀해보세요. 얘기하다보면 문제가 풀릴 수도 있잖아요?”
바루의 이야기를 들은 알리가 말했습니다. “마을을 대표하는 동물이 누가 될 지는 마을 주민들이 결정해야죠. 누가 마을을 더 잘 대표하고 마을을 위해 일할 수 있는지 동물들이 잘 판단할 수 있도록 여우와 곰의 생각을 커다란 나무판에 적어서 동물들에게 보여주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동물들이 대표를 뽑은 다음에도 누가 누굴 뽑았네 하면서 싸우지 않도록 해야 해요. 나뭇잎에 원하는 동물 이름을 적어놓고 그 잎을 잘 감싸서 나무상자에 모아요. 주민들이 다 투표를 하고 나면 여우와 곰 몇몇 주민들 그리고 우리가 다 함께 나뭇잎에 적힌 이름의 숫자를 세어서 더 많은 동물들이 원한 동물이 대표가 되면 되겠죠?” 참참이도 눈을 반짝이며 말했습니다.
마을회관에 모인 동물들은 참참이와 알리의 의견에 찬성했어요. 속내를 정확히 알아야 옳은 판단을 할 수 있을테고, 서로 모르게 하면 얼굴을 붉히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래서 이번 불사조 마을의 대표를 뽑는 일도 공정하게 치를 수 있게 되었답니다.
누가 불사조 마을의 대표가 되었냐구요? 글쎄요, 누구였을까요?
바루: 바른선거, 바른관리를 상징합니다.
참참: 유권자의 참된 참여를 상징합니다.
알리: 민주주의를 널리 알린다는 의미의 캐릭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