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나무는 왜 눕지 않을까
나무는 왜 눕지 않을까.
한 번만이라도 누워 본다면 얼마나 좋고 편할까
늘 서서 목이 아프도록 하늘을 우러르다가
팔베개를 하고 누워서 눈이 시리도록 하늘을 보면
가슴 깊이 자리하는 싱그러운 바람,
생각만 해도 즐겁지 않을까
나무는 대답 대신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말했다.
사람들아,
한 자리에 서서 그 자리를 지키기도 어려운데
자유롭게 걷고 눕고 편하게 지내면서
발을 내딛은 자리마다 무엇을 남겼을까
혹시라도 하늘 부끄럽지는 않았을까 생각해 보아라.
‘죽는 날까지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윤동주께서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는가.
사람들아,
숲이 상하고 흐르던 물도 아파하는 산을 보아라.
무엇을 얻기 위해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을 외면했는가 말이다.
내가 비록 움직일 수 없고
겨우 서 있는 자리에서만 하늘을 우러르더라도
나는 숲과 숲을 받드는 땅을 지킬 것이다.
한 발이라도 물러서면 더 이상 숲은 살아나지 못할 것이다.
나무들은 처음에는 한 그루의 목소리였다가
금세 모든 나무들이 한 목소리로 꾸짖기 시작하였다.
정말 무서웠다.
봄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 물어보러 갔다가
그림자도 발자국도 다 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