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특별지원조례 추진…6천만원 들여 하자보수까지
동두천시의 소요산 축산물브랜드육타운(브랜드육타운)이 위기에 봉착했나?
지난해 5월 개장한 이후 예상 밖의 심각한 적자 수렁에 빠진 브랜드육타운에서 3월23일 거창축협이 폐점하는가 하면 동두천시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특별지원 형식의 조례를 개정하려 하고 있다.
동두천시는 ‘축산물시장 개방확대에 대비하기 위한 축산물브랜드 발전대책 일환으로 대도시 소비자의 접근성이 좋은 곳에 육류브랜드 직영점을 모아 브랜드육타운을 조성하겠다’며 지난해 5월 국비 40억원, 도비 30억원, 시비 137억원 등 총 197억원을 투입해 개장했다.
이곳에는 양주축협의 ‘한우풍경’, 홍천축협의 ‘늘푸름 홍천’, 장흥축협의 ‘정남진 장흥한우’, 거창축협의 ‘애우’ 등 한우브랜드 직영점과 마니커의 ‘마니커마을’(닭고기), 동두천농협 농특산물판매장이 입점해 운영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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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22일, 썰렁한 동두천 소요산 축산물브랜드육타운. |
◆갈수록 쌓이는 적자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7개월 동안 이들 한우브랜드 직영점 등의 손익분석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전체 정육매출액 10억4천여만원(62%), 식당매출액 6억3천140만원(38%) 등 수익은 16억7천430만원이다. 그러나 동두천시청 수수료, 한우구입비, 관리비, 인건비, 자재비, 기타 경비 등 지출 총액은 21억440만원. 무려 4억3천만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양주축협은 7개월 동안 1억2천700만원(-24%), 장흥축협은 4천547만원(-8%), 홍천축협은 8천781만원(-14%), 거창축협은 9천684만원(-52%), 마니커는 7천286만원(-43%)의 적자를 보고 있다.
브랜드육타운은 각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서 집으로 가거나, 고기만 들고 1인당 상차림 비용 3천원을 추가로 지불한 뒤 셀프식당에서 구워먹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7개월 동안 소요산을 찾은 관광객은 35만6천여명인데 비해 브랜드육타운을 찾은 손님은 7만2천여명으로 20%에 불과하다.
동두천시는 낮은 이용율과 인건비 과다지출(36%), 낮은 객단가(23,058/인)를 주요 적자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근무자 인원 절감, 소요산 관광객의 주 소비층 확보 등을 개선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입점업체들의 아우성
갈수록 적자가 쌓이다보니 입점업체들은 동두천시에 특별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현행 10~12%의 시청 수수료율을 낮춰달라는 것이다. 수수료율이 과다하여 적자폭이 크다는 주장이다. 두 번째로 공용분 관리비(전기, 수도, 소방, 승강기, 보안)와 청소용역비를 동두천시가 지원하라는 것이다.
동두천시는 이런 업체들의 요구에 따라 ‘동두천시 축산물브랜드육타운 관리·운영조례’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지난 3월19일 동두천시의회와의 간담회에 제출한 개정안에서 동두천시는 “사용료를 인하하여 축산물브랜드육타운 경영개선을 도모하겠다”며 수수료율을 6%로 줄이겠다고 제안했다.
또 경영이 흑자로 전환해야만 사용료를 10%까지만 연차적으로 조정하고, 세미나실과 사무실 운영책임을 시로 이관시키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사용료 특례조항은 삭제하는 등 입점업체들에 대한 특별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시가 매년 받아야 할 사용료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면 공공관리비 등 시 부담금은 3천만원이 추가로 늘어 동두천시는 수입이 거의 없는 구조로 전락하는 셈이 된다. 반면 당초 고용인원은 47명에서 2월 현재 32명으로 일자리는 감축됐다.
이 때문에 일부 의원들은 브랜드육타운이 근본적으로 실패한 정책이라며 전면적인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부실설계에 하자보수까지
200억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된 브랜드육타운은 부실한 설계에 하자보수까지 문제투성이다. 토지매입비, 주차장, 어린이놀이터, 야외공연장 조성 등을 뺀 순수 건축비(연면적 2,994㎡)는 90억원.
그런데 2층 건물의 가운데는 원형으로 돌려 공간 활동도를 죽였다. 축협 정육점 4곳은 이 원형 공간을 돌아가며 1층에 입점했다. 손님들이 빙글빙글 돌며 쇼핑을 해야 하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이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또한 고기를 사들고 2층으로 올라가 구워먹어야 하는 구조는 손님들의 구매력을 하락시킬 수밖에 없다. 화장실도 공용부분에 각각 설치돼 입점업체들이 관리비를 내지 않겠다는 주장의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동두천시는 전기 공사와 상하수도 공사를 잘못해 입점업체들과 사용료 납부 마찰을 빚었다. 각 식당에 계량기를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동두천시는 지난해 5개월 동안 전기료 부과대행 전문가에게 100여만원을 주고 전기세를 계산해오는 촌극을 연출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1월 무려 6천만원을 들여 계량기 5개를 입점업체별로 분전하는 전기 공사를 하는 등 ‘돈 먹는 하마’가 되고 있다.
◆여기저기 불만 커져
3월23일 폐점한 거창축협 관계자는 “그동안 고기보다는 식사 손님이 많아 적자를 이겨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뒤늦게 입점한 거창축협은 모듬 1인분 1만원, 등심 1인분 1만2천~1만5천원, 냉면 6천원, 갈비탕 8천원, 불고기 전골 1만원 등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장사를 해왔지만 경쟁에서 밀려났다.
동두천시 관계자는 “거창축협 자리에 입점할 한우 브랜드를 모집할 예정”이라며 “돼지 브랜드는 지역상인들의 반발이 커 입점시키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요산 인근 식당과 관내 동종 경쟁업체들의 불만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김천식 소요산상가번영회 회장은 “동두천시가 되지도 않을 한우 브랜드 타운을 200억원에 조성하고도 하자보수비, 지원금 등 시민 혈세만 계속 낭비시키고 있다”며 “그 혈세를 이용해 또다시 우리 장사까지 뒤흔드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다못해 3~5천원짜리 음식을 파는 곳이 어떻게 브랜드육타운이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동두천시 관계자는 “동두천농협 식자재 납품 2억여원, 관내 주류업체 납품, 시청 수수료 징수 등 나름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