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장독대 저울 온통 하얀 눈 위에 구석 구석 등불을 밝힌다권력자의 저울 세상살이 저울 고장난 저울 투성이다 장독대 소복히 쌓인 눈또 다른 장독대를 만든다 무척이나 장독대를 그리워한다 봄이면 벚꽃 아래 여름이면 말끔히 씻긴 소낙비 아래 가을이면 떠나야 할 때를 아는 낙엽 아래 겨울이면 긴긴 밤 펼쳐놓은 이야기 아래 소박한 꿈이 날아갈까봐 장독대 뚜껑 열지 않고 기다린다 온통 하얀 눈 시리도록 청아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