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그 해 겨울, 눈이 내리다
겨울에 내리는 눈은 가르침이다.
깨끗하여지라고, 소박하여지라고
가슴을 두드리는 엄숙한 메시지다.
눈을 보아라.
찬란한 흰 깃발들이 천지간에 나부낄 때
나는 무엇 때문에 설레었을까.
왜 설레었는가 말이다.
삶은 도대체 왜 그럴까.
돌아서서 부끄럽게 느끼게 하고
후회하게 만드는 것일까.
우산이 없으면 어떻게든 비를 피하듯이
눈도 우산이 없으면 그렇게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알 수 없다.
눈은 피하지 않는다.
눈을 맞으면 희게 되기 때문일까.
눈을 향하다
문득 올 한 해 얼마나 낮추었으며 또 얼마나 섬기었을까
생각도 하지 않고
눈을 담은 것은 아닐까.
깜짝 놀라 피하다
눈을 함부로 딛고 말았다.
발을 옮기는데
발자국들이 많이 야위어 보였다.
그 해 겨울, 눈이 내리다
함부로 눈을 담고 으쓱거렸던 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