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의회가 새해 벽두부터 벌어진 양주시의 몰상식한 처사로 존재 가치에 의문을 일으키고 있다.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일어나기 힘든 기막힌 일이 시와 의회에서 버젓이 발생한 것이다. 주요 업무처리과정에서는 시민 대의기구인 양주시의회가 양주시로부터 불필요한 기관으로 냉대 받고 있어 걱정이다.
양주시는 해마다 실시해오던 새해맞이 현충탑 참배를 위해 세차례나 일정을 변경하고도, 이 일정마저 제대로 지키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2012년 12월24일에는 ‘1월1일 오전 10시부터 10시20분까지’ 현충탑 참배행사를 계획했다가 12월28일 갑자기 ‘1월2일 오전 8시부터 8시20분까지’로 일정을 변경했고, 12월31일에는 ‘1월2일 오전 8시30분부터 50분까지’로 또다시 바꿨다. 그러고도 당일에는 ‘오락가락 일정’을 통보받은 도의원, 시의원, 사회단체장들이 미처 참석도 하지 않았는데 시간을 앞당겨 제멋대로 진행해버렸다. 결과적으로 주요 인사들은 물론 양주시의회가 철저하게 우롱당한 셈이 됐다.
시민을 대표한다는 양주시의회가 이처럼 양주시로부터 우습게 대우 받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의원들이 양주시를 상대로 공식·비공식적으로 “소통좀 하자”고 호통치거나 읍소하는 일이 잦을까.
지난해 7월에는 광적 석산부지가 산림청으로부터 채석단지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양주시의회가 아무런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직무유기를 했는데, 사실은 양주시가 정식으로 의회에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회는 지난해 계획이 중단된 광적 화력발전소 추진과정에서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했다.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양주시가 예산을 절감하겠다며 관내 하수처리장을 새로운 업체에게 맡기는 과정에서도 편법이 드러났는데 양주시의회는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양주시는 지난해 12월11일 코오롱워터앤에너지와 계약을 맺고 3년간 신천·장흥·송추하수처리장은 물론 남면·남방·기산하처리장과 분뇨처리장까지 81억여원에 위탁을 맡겼다. 그런데 양주시는 민간위탁관리조례에 따른 심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조달청 입찰계약을 하여 양주시의회 동의 절차가 묵살됐다. 의원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른 채 뒤통수만 맞고 있었다.
이쯤 되면 양주시가 의회를 멸시하는 것인지, 의회 스스로 무시당하고 있는 것인지 구분이 어려울 지경이다. 양주시의회는 잿밥에만 신경쓰지 말고 좀더 강하게 양주시를 통제·견제하는데 신경써야 한다. 5분발언이나 행정사무감사 때 “소통하자”고 말만 하지 말고 양주시의 ‘불통행정’을 뜯어고칠 각오와 실천을 하지 않으면 ‘무시당하는 의회’를 극복할 수 없다. 이를 지켜보는 양주시민들의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착잡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