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계사년 새해가 밝았다. 뱀이 예로부터 지혜와 다산, 풍요 등을 상징한다 하여 여기저기서 듣기 좋은 덕담을 전하고 있다. 정말이지 정부가 바뀌는 올해부터는 서민들이 웃음 짓고, 사람 사는 맛이 절로 나는 풍요롭고 넉넉한 대한민국이 되기를 소망한다. 우리지역에서도 국회의원과 시장, 시의회 의장 등 주요 정치지도자들이 각각의 신년사를 통해 시민들의 진정한 벗이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약속이 다 지켜지기를 기대한다.
올해 우리지역인 의정부시, 양주시, 동두천시에는 여러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특히 관심을 부르는 것이 지방행정체제 개편이다. 2010년 여야 합의로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2011년 2월16일 대통령 직속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가 출범했고, 이 위원회는 2012년 6월13일 의정부·양주·동두천을 통합하겠다는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그동안 통합 찬성 주민들이 건의서를 위원회에 제출하는가 하면 찬반 주민여론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올해 4월이면 통합 관련 주민투표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현재 의정부시, 양주시, 동두천시는 통합을 바라보는 시장의 입장에 따라 분위기가 전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통합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의정부시와 안병용 시장이다. 관 주도의 통합 활동에 한계를 느낀 의정부시는 지난해 12월10일 ‘의정부·양주·동두천 통합 관련 단체 등에 대한 지원조례’를 만들었다. 이 조례는 말 그대로 시·군 통합에 찬성하는 민간단체에게 예산 5천만원을 지원하여 ‘지역주민 공감대 형성 및 통합 공론화 조성’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통합추진위원회는 이 예산으로 의정부시의 협조를 얻어 홍보물을 제작하고, 각 동 순회설명회 및 주민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의회를 설득하여 주민투표가 아닌 의회 의결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안병용 시장은 신년사에서 “행정구역 개편을 위한 의·양·동 통합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우리시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고, 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두천시는 의정부시와 대척점에 서 있다. 오세창 시장은 의·양·동 통합을 ‘동두천의 흡수통합’으로 규정한다. 오 시장은 “현재의 시·군 통합은 규모가 큰 지자체 중심으로 힘의 논리에 의해 흡수통합이 추진되고 있다. 그동안 타 지역 행정통합 사례에서 드러났듯 시민편의와 행정효율을 높이기 위해 추진한다는 통합이 오히려 주민불편을 가중시키고 통합지역간 갈등과 반목을 가져왔다. 통합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3개시가 통합되면 다른 자치단체와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이 커져 경기북부지역 중심도시로 발전한다는 막연한 주장을 하고 있다”며 “동두천시를 어떻게 지원하고 발전시키겠다는 구체적 대안도 없이 추진되는 의·양·동 통합을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양주시의 경우 사실상 통합을 반대하고 있지만, 겉으로는 “주민 뜻에 따르겠다”는 원론적인 방침을 강조한다.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뽑힌 박근혜 정부가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아직 모르지만, 이명박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오는 4월 주민투표 또는 의회 의결을 거치게 되어 있다. 여기서 3개시 주민들이 모두 통합에 찬성하면 오는 6월경 통합추진공동위원회가 구성되고, 60일 이내에 통합시 명칭 및 청사 소재지가 의결된다. 12월에는 통합 지방자치단체 설치를 위한 법률이 제정되고 2014년 7월1일 통합시가 출범하게 되어 있다.
이같은 정부의 추진계획에 따라 오는 4월 전까지 각 지자체별로 행정이 총 집결하여 사활을 걸고 대책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서로 감정이 거칠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의·양·동 통합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끝내려면 먹고 사는데 바빠 통합에 전혀 관심이 없는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찬반 이유와 통합의 장단점을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홍보하여 자기의사 결정권(주민투표)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2009년에도 의·양·동 통합을 추진했던 정부가 주민들을 상대로 여론조사(의정부시 찬성 71.4%, 동두천시 찬성 70.3%, 양주시 반대 59.4%)만 실시한 뒤 포기했다가 다시 추진하는 ‘제멋대로 정책’을 확실하게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