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의회가 14~16일 행정사무감사를 준비하겠다며 제주도를 다녀왔다. 연수일정은 예산안 심사 및 행정사무감사 착안사항 세미나 등 5시간을 제외하면 유흥일색으로 짜여졌다. 의원들은 시민 혈세로 매직월드, 석부작테마공원, 지삿개주상절리, 성읍민속마을, 성산일출봉, 용두암 관람과 만찬 등을 하며 보냈다. 5시간짜리 세미나를 위해 큰 돈 들여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간 이유는 불을 보듯 뻔하다.
굳이 제주도에 가서 바람 쐬는 일을 탓하는 것만은 아니다. 세미나를 얼마나 정성들여 준비했으며, 세미나에서 배운 경험을 실제 의정활동에 얼만큼 반영하는지가 사실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정부시의회는 그동안 돈 들인 값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부 시의원들이 집행부와 짜고 동료의원의 행정사무감사 활동을 노골적으로 방해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연수도 믿지 못하겠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의정부시의회는 2002년 6.13 지방선거를 거쳐 취임한 지 얼마되지 않아 행정사무감사를 대비한다는 목적으로 통영을 방문해 ‘금의환향’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기에 더욱 그렇다. 2004년 9월에는 울릉도에서 의원의 역할 세미나, 2005년 1월에는 백령도에서 의정운영방향 모색 세미나를 개최했다. 의정부시의회는 의원회의실에서 2차례, 가까운 가평 풍림콘도에서 1차례 행정사무감사 대비 의원연수를 실시한 경우도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다.
이같은 사정은 양주시의회나 동두천시의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술과 음식을 대접하느라 차라리 비행기 타고 멀리가기를 원하는 공무원도 있으니 씁쓸하기 이를데 없다. 오죽하면 “현역일 때 세계일주 못하면 바보”라는 말이 나돌까. 한 의원이 의원공식연수 때 개인사정으로 가지 못한 미국을 최근 공무원들 틈에 끼여 다녀오는 추태를 보인 현실은 ‘세계일주’ 발언을 뒷받침한다. 의원들이 자기들을 위해 예산을 세우고, 마음껏 흥청망청해도 뭐라 제동을 걸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의회는 집행부의 행정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스스로를 개혁하고 체질개선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