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4일 저녁 10시30분 곤제역.
효자역을 출발해 곤제역에 도착한 의정부경전철에서 한 20대 여성이 급히 내린다. 승강장에도, 대합실에도 역사에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 집표기를 나오자마자 이 여성은 왼쪽으로 몸을 틀어 송산주공아파트 쪽으로 연결된 50여m짜리 이동통로를 뛰어간다. 성인 남자라도 몸이 오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탑석역이나 곤제역, 효자역 등 시내 외곽에 설치된 경전철 역사는 밤이면 홀로 떠있는 섬처럼 황량하고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처럼 말이다.
총사업비 5천470억원을 쏟아부은 ‘최첨단 무인시스템’ 의정부경전철이 7월1일 개통했지만 정작 성추행이나 폭행, 절도 등 치안사고에는 속수무책인 것으로 드러났다. 난간은 틈이 넓고 흔들려 취객이나 어린이들의 추락사도 우려된다.
지난 6월30일 만취한 승객이 안전덮개 없는 ‘출입문 비상열림 손잡이’를 잡아당겨 운행이 중단된 돌발사건도 어쩌면 예견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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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등이 들어오지 않는 엘리베이터. CCTV도 없다. |
7월4일 저녁 본지가 곤제역과 효자역, 새말역을 확인한 결과 모든 역사의 엘리베이터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곤제역 지상에서 대합실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는 전등도 들어오지 않았다. 화장실 등 안전사각지대가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대합실 및 화장실 입구, 승강장 입구 및 정거장에만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승객 안전보다는 시설 안전이 우선인 것처럼 보였다. 역사 주변에는 아직 마감 정리가 끝나지 않아 공사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경전철 차량 내부에도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차량에서 각종 치안사고가 일어나도 승객이 없거나 겁이 나 신고를 하지 않으면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게다가 역사에 설치된 알루미늄 난간은 틈이 넓고 낮으며, 견고하지 않아 추락사가 우려되는 등 전반적인 안전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의정부경전철㈜ 관계자는 “엘리베이터에 CCTV가 있다. 관제실에서 CCTV를 보고 있고, 경찰서와 소방서에 핫라인이 연결되어 있다. 차량에도 CCTV를 설치하겠다”는 이해못할 주장만 하고 있다.
의정부경찰서 관계자는 “그들이 말하는 핫라인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시민들처럼 112로 신고하겠다는 의미 아니겠냐. 경전철 때문에 우리만 힘들게 됐다”고 반박했다.
한편, 의정부경전철㈜은 7월4일 보도자료를 통해 “각 정거장에 안전요원을 배치시켜 승객들의 안전과 이용편의를 돕도록 조치했다”고 밝혔으나 곤제역, 효자역, 새말역 등에는 안전요원이 단 한명도 없었다. 의정부경전철㈜이 시민을 우롱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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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 빈 곤제역사를 달려서 빠져나가는 20대 여성(오른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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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틈이 넓고 낮은 의정부경전철 역사 난간. 취객이나 아이들의 안전사고가 우려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