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의회 의원들이 양주시 공무원들과 짜고 불법 해외연수비를 세워 러시아, 스페인, 모로코, 포르투칼 등 4개국 관광을 다녀온지 벌써 보름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이렇다 저렇다 할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채 ‘연수보고서만 잘 만들면 된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의회의 수장인 원대식 의장은 한술 더떠 “행정자치부 국외여비 기준이 비현실적”이라며 불법을 저지른 원인을 행자부에 떠넘기고 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특히 양주시의회 의원들은 자신들의 관광성 해외연수를 위해 공무원들을 동원하여, 결국 공무원들이 징계 등 희생을 당할 판인데도 책임지는 자세를 엿볼 수 없다. 공무원들이 징계를 받든 말든 ‘우리는 잘 놀다왔다’는 식으로 배짱을 부리고 있다. ‘무책임 소신’을 펴고 있는 양주시의회는 이제 의회 본연의 목적인 집행부 감시와 견제기능을 실종했다. 그들의 권위는 땅바닥에 추락했고, 사욕만 남았다.
양주시의회의 사욕은 이번 은현면 불특정 주민에 대한 제주도 선심성 관광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났다. 양주시의회는 원대식 의장의 선거용 인기몰이가 될 게 뻔한 제주도 관광비용을 세우는데 앞장섰기 때문이다. 은현면 출신 원대식 의장은 이 과정에서 양주시와 시의원들에게 “(주민관광) 예산을 세우지 않으면 은현면 쓰레기소각장을 착공할 생각은 하지 말라”는 식의 으름장을 놓으며 예산편성을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러면서 원대식 의장 이하 시의원들은 쓰레기봉투 제작비 등 민생관련 예산 4억원은 1원도 남겨놓지 않고 마구잡이로 삭감하는 등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을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사태는 양주시의회 의원들의 자질부족이 근본 원인이지만, 이들이 제멋대로 권력을 남용하도록 ‘묻지마 한나라당 투표’를 한 양주시민들과 이들의 장단에 춤을 추고 있는 임충빈 시장 이하 공무원들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양주시민들은 지난해 5.31 지방선거 때 견제와 균형의 미덕을 무시하고 시의원 7명중 한나라당 후보 5명을 무더기로 뽑아줬다. 나머지 무소속 1명도 한나라당 출신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나라당 정치인들의 입김이 강해지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같은 행태에 날개를 달아주는 곳이 예산심의·의결 및 행정사무감사라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시의회 눈치를 보며 부당한 요구에 부화뇌동하는 양주시다. 시의회의 ‘놀자판’ 혈세낭비를 부추긴 꼴이 됐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양주시의회는 원대식 의장, 홍범표 부의장 등이 의장단에서 사퇴하는 등의 절도 있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성난 민심’을 달랠 필요가 있다. ‘뻣뻣한 고개’는 꺽이기 마련이다. 또한 임충빈 시장도 시의회의 불법부당한 요구를 들어준 공무원들을 일벌백계하는 등 ‘읍참마속’의 반성을 하는 것이 옳은 처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