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동두천경찰서 부근 10평 정도의 작은 공간에서 이발 의자 두개를 놓고 홍승은(49), 송금옥(49)씨 부부가 손님을 맞는다. 남편은 머리를 손질하고, 부인은 면도를 해주는 모습이 다정하다.
남성컷 전문점인 ‘세아떼 이발관’이 두 자녀를 둔 이들 부부의 삶의 터전이다.
평상시에는 이발관에서 손님을 맞이하지만 일요일이면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이발 장비를 챙겨 들고 군부대와 노인정, 양로원, 고아원 등 부부의 손길을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머리를 손질한 후 깔끔한 모습이 되면 내가 더 신이 난다”는 ‘가위손 부부’의 모습은 천사의 모습 그 자체다.
이발관이나 미용실 등이 대부분 화요일에 휴무를 하지만 이들 부부는 봉사를 위해 가장 손님이 많은 일요일을 쉬는 날로 정했다.
평일에도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위해 직접 찾아가 이발을 해드려 주위의 칭찬이 자자하다.
홍승은씨가 동두천에 이발관을 차린 것은 8년 전이다.
국가자격증을 다섯 개나 취득하는 등 손재주가 남다른 홍씨는 대우조선소, 현대자동차 등에서 근무했고, 지난 1984년 충북지방기능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던 기능인이다.
천안에서 소형 상점에 물건을 납품하는 유통업을 시작했지만,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유통업을 접어야 했다. 그래서 2년간 학원을 다니며 이발 기술을 배워 부인의 고향인 동두천에 정착했다.
2년 전 동두천자원봉사센터에 등록하면서 봉사와 인연을 맺었고, 홍씨는 차분하고 섬세한 이발로 소문이 나 동두천경찰서 역대 서장들이 단골손님이 되었다. 한 번 찾은 손님들은 만족감이 커 단골이 점차 늘고 있다.
홍씨 부부는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남에게 베풀고 그들이 기뻐한다면 더 이상 좋은 삶이 어디 있겠습니까?”라며 “앞으로도 우리 손길을 기다리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기쁨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