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새벽, 버스정류장, 중년 남자 세 사람
그해 삼월 마지막 일요일
새벽 다섯 시 반
버스정류장
거기 서 있는 중년 남자 세 사람을 엿보다.
가여운 아버지들이어
아직은 겨울 시샘이 남아 있는 초봄
아침이 되려면 아직 멀었는데
서둘러 어디를 가려고 집을 나섰을까.
그들은 모두 입을 마스크로 가리고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이른 시간
아내가 골라주지 않았을 것 같은 옷차림으로
차가운 새벽과 마주 서 있다.
한 사람은 달게 담배를 피우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어깨에 멘 가방 무게를 가늠하고 있고
또 한 사람은 어디론가 문자를 보내고 있다.
그렇게 잠시
신호등이 바뀌고
세 사람들이 기다리는 버스가 도착한다.
그들은 서로의 목적지를 향해 버스에 오른다.
빈 버스정류장
세 사람의 숨결과 발자국이 잠시 남았다.
새벽 다섯 시 사십분
그해 삼월 마지막 일요일
어떤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