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권태기
권태기 맞나요
갑작스런 내 질문에
뻘쭘한 40대 중반의 여자가
권태기가 아니라 웬수지간이라고,
불꽃이 일던 이삼년 지나고나서
권태기 아닌 시간이 대체 언제였냐고 반문했다
주말 부부인 권태기씨를 만나러 가는 길에
발기부전 치료제 처방전이 필요할 것 같아
남편 대신 들렸다며
권태기 극복을 위해선
그 잘난 이름부터 바꿔야 한다고 씩씩거렸다
권태기는 의외로 많았다
김권택도, 박권택도
권태기라 불렸고
씨받이를 감독한 임권택 감독도
친구들 사이에선 권태기라 불려졌다
권택희씨만
자기가 권태기라 불린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지난 명절 대목
우연히 포장마차에서 권택이를 만났다
그는 간이 많이 부어 있었다
알콜중독에 불면증까지 겹쳐
주말에 한 번 만나는 아내마저 두렵다고 했다
나는 권태기를 극복할 요량으로
소주 잔을 치켜 세우며
권태기 하고 소리쳤다
그 때 나를 쳐다 보던
수많은 눈빛들
권태기라 불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