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를 낚시하다
나, 아직 안 자
오래 전 일기를 읽고 있어
“종일 하늘만 바라보았다.
물고기처럼 새들이 지나는 풍경을 보다,
문득 미끼를 던져 새를 낚시하고 싶다…….”
무심히 지나가는 것 같지만 결코 무심히가 아닌
새야, 물고기를 닮은 새야
푸른 물속을 헤엄치고 있는 새야
너를 불러 들여
숨겨놓은 내 고독의 형편을 나직하게 들려줄 걸 그랬나
너와 내 고독이 섞이어 다정해졌을 무렵
먹이 같은 문장을 물고 다시 저 푸른 물속으로 돌아가게 해줄 걸 그랬나
완성되지 못한
그 날의 어떤 것도 기억이 없어
물렁물렁한 하늘 아래 종일 서 있은 적 있었지만
새를 낚아야겠다는 낚았다는 문장은 없었어
지나간 노래를 흥얼거리듯 한 장 한 장 넘기면
오랜 세월 걸어온 구둣발 소리 방 안 가득 울리고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