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는 소신과 신념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대화와 타협, 소통과 화합, 대안제시와 추진력도 빼놓을 수 없는 덕목이다.
그런데 의정부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은 수많은 무리들 중에서 지역사회에 심각한 논란을 부르고 있는 뉴타운과 경전철 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표명하는 정치인이 드문 이유는 뭘까? 그들의 사심 때문이다. 소신과 신념보다는 표를 먹고 사는 무리들이어서 그렇다.
의정부뉴타운을 보자. 찬반 주민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월19일 경기도의회는 ‘주민의견조사에 참여한 토지 등 소유자의 25%가 반대하면 뉴타운을 해제할 수 있다’고 도시재정비촉진조례를 개정했다. 현행 관련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토지 등 소유자의 50% 이상, 조합은 75%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바꿔 말해 25%가 반대하면 뉴타운 추진은 불가능하지만 이 비율을 높이기 위해 그동안 여러 가지 모습의 볼썽사나운 일들이 벌어졌다. 경기도의회 조례개정은 결론적으로 돈 없는 원주민과 세입자들의 피와 고름을 짜내는 현재의 뉴타운 개발방식이 얼마나 큰 문제인가를 말해주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이렇게 경기도의회까지 나서서 도내 뉴타운 해제 밑바탕을 깔고 있는데, 정작 직접 당사자인 의정부 정치인들은 아직까지 소신있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찬성과 반대 주민들 틈바구니에서 눈치나 보며 표관리하는데 정신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의정부시장, 국회의원, 시의원들은 계속 시간을 낭비하며 애꿎은 시민들을 고통으로 내몰지 말고, 즉각 입장을 밝히고 현명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의정부경전철도 그렇다. 이용객수가 예측치보다 부족해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중교통 통합환승이 안되고 어린이와 학생, 노인, 장애인 할인도 부정적이다. 통합환승과 연동시키면 연평균 154억원이라는 적자가 추가되어 10년 동안 233억원, 총 2천300억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는 게 의정부시의 입장이다. 할인적용시 최초 개통년도 기준 연간 16억원의 추가 손실도 예상된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안병용 시장이 “경전철이 개통되면 의정부시는 5년 안에 망한다”고 말했을까.
이쯤되면 도대체 경전철을 왜 만들었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철거하는 게 옳은 일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흉물에, 돈 먹는 하마처럼 시민혈세를 빨아먹을 경전철에 대해 도드라지게 입장을 밝히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정치인은 두서너명 빼고는 거의 없다. 안병용 시장은 지난 선거 때 사실상 백지화를 선언했으나 지금은 딴소리다.
이처럼 의정부 최대 현안에 대해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 다물고 있는 정치무리들이 있는 한 의정부시는 미래가 없다. 사실이 아니라면 의정부 정치인들은 지금이라도 각각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힐 것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