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다.”
이른바 로비를 이런 식으로 풀어보면, “로비에 성공하면 뛰어난 비즈니스요, 실패하면 부정부패 유착이다.” 다른 식으로는, “로비사실이 비밀로 유지되면 성공한 것이요, 유출되면 실패한 것이다.”
특정 압력단체의 대표로서 정책이나 입법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정책 입안자나 정당, 의원을 상대로 활동하는 사람을 일컬어 로비스트라 부른다. 로비(lobby)란 호텔이나 극장 등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건물에서 정문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겸한 넓은 공간, 또는 의회에서 국회의원이 외부 사람과 만나는 응접실을 뜻한다. 정책 결정자들이 공공관계 법률안에 투표하기 위해 모여 있는 대기실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로비스트들은 정책 입안자나 입법 추진 의원들이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 정책 결정을 하게끔 설득 활동을 벌인다. 공무원들에게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노력한다. 미국에서는 사법부 혹은 연방정부에 로비를 하려면 당국에 등록하여야 한다. 1995년 ‘로비 공개법’이 제정된 후에는 등록은 물론, 누구를 위해서 어떤 목적으로 활동하는가 등 활동내역도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금융계 거물 로비스트인 김재록 사건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잘 나가던 로비스트의 행각이 드러나면서 그는 벼랑에 떨어진 ‘실패한 영웅’이 됐고, 그와 관계를 맺었던 정치경제계 인사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차고 있다. 얼마 전에는 법조건설 브로커 윤상림 사건 때문에 정관계 인사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로비의 실체가 하나씩 공개될 때마다 온 나라가 정쟁의 도가니로 빠져든다. 그 유명한 옷로비사건 등은 물론 진승현 게이트 등 수많은 로비의혹 또는 게이트가 잊혀질만 하면 나라를 들썩이게 한다.
국가청렴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일정한 기준을 마련해 음성적인 로비를 양성화하는 법안을 연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안은 음성적 로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공직 주변의 부패를 예방하기 위해서 일정한 기준을 정해 로비를 양성화하되, 이를 어길 경우 강력히 처벌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한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정부시 정치권이 각종 인허가에 개입돼 여러 업체로부터 로비를 받은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큰 물이나 작은 물이나 물고기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떡밥이 있는 곳으로 주둥이가 모이게 되어 있다. 유종규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