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 속에 빈부격차 없이 옛것 보존하는 전원도시
지난 2009년 8월24일 양주시와 일본 후지에다시는 우호결연을 체결했는데, 후지에다시는 우리나라 경기도 규모의 시즈오카현에 속해 있는 도시다. 양주시민방문단(6명)은 얼마 전 후지에다시 초청으로 사흘간 그 곳을 방문했다.
7월21일 오전 9시50분 인천공항에서 약 2시간을 날아가 후지산 시즈오카공항에 도착했다. 청아한 가을 날씨처럼 맑고 깨끗한 공항에는 후지에다시 관계자와 관광협회 오하리 사무국장이 손님을 맞았다.
후지에다시는 인구 14만5천명으로 일본 남쪽 서해에 위치한 전원도시다. 공기와 물이 좋아 녹차와 가구, 표고버섯, 술 등이 특산품으로 생산되고 있다. ‘축구의 도시’답게 천연잔디구장을 4곳이나 갖추고 있어 국가대표 훈련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방문단은 시에서 마련한 전용버스로 오차의 마을을 방문했다. 오차사노토 박물관은 후지에다시가 일본 녹차의 20%를 생산하는 곳임을 확인해주듯 우리나라 보성녹차 등 30개국 90여종의 녹차를 전시하고 있다. 맷돌에 녹차를 갈아보는 체험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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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에다시가 문화재로 지정한 쵸우세이칸(朝生館) 여관. |
이 곳에서 SL증기기관차(지금도 석탄사용)를 타본 뒤 숙소인 여관으로 향했다. 시에서 문화재로 지정한 쵸우세이칸(朝生館) 여관은 온천이 나온다. 쵸우세이칸은 염분성분이 강한 광천수로 상처를 낳게 하고 피로를 풀어주어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온천(志太溫泉)이다. 조선의 마지막 왕족을 비롯해 일본의 왕족과 많은 문인들이 이 곳에 머물며 집필했던 유명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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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에다시청사. |
7월22일 방문단은 키타무라 쇼헤이 후지에다시장을 만나기 위해 청사를 방문했다. 옛 건물과 공무원들의 옷차림에서 외적인 화려함보다는 내실이 묻어 있는 소박한 모습을 느꼈다.
다음 방문지는 전통공예품을 만드는 슨푸타 쿠슈쿠(시즈오카시). 조선통신사가 한·일간 우호교류를 위해 부산을 거쳐 대마도~후쿠오카~히로시마현~시즈오카현~세이켄지~도쿄를 방문한 동해로가 하고이따(나전칠기류) 총 53개 판으로 전시되어 있다. 이 곳은 전국의 장인들을 불러모은 곳으로 전시품 하나 하나에 장인의 숨결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방문객들이 섬유염색, 도자기, 돌·유리·대나무공예품을 현장에서 만들 수 있는 체험공간을 만들어 놓고 제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에스팔스 드림플라자는 1986년 ‘마루코는 아홉 살’(1990년 방영)의 만화가인 사쿠라 모모코(본명 미우라미키)의 고향이자 원작지로 당시 상황을 입체감 있게 전시해 놓아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방문단은 이어 일본 3대 아름다운 항으로 꼽히는 시즈미항(다랑어 집결지)에서 크루즈를 타고 후지산을 바라보며 도시락 점심을 먹었다.
일행은 항구를 떠나 입욕제를 만드는 바디크린 제조공장을 찾았다. 하루 2만2천톤을 생산하는 바디크린 공장은 건물(6층) 전체가 자동화되어 있고, 6층으로 재료가 올라가 1층에 다다르면 완성품으로 출하되는 시스템이다. ‘불량품 제로’에 도전하기 위해 자동화시스템이 한 번 걸러주고 다시 샘플을 조사하는 모습에서 일본의 기업정신을 읽을 수 있었다.
3일째 되는 날. 일행은 일본의 다도를 체험하기 위해 전국 3대 차 마을로 꼽히는 오베카 교쿠로를 방문했다. 차잎을 직접 갈아 마시는 말차는 약간 씁쓸한 맛 때문에 달달한 화과자를 먼저 먹은 뒤 예에 따라 음미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차를 마실 때 잘 마셨다는 뜻으로 일부러 후루룩 소리를 내는 것이 답례라고 하니 알아둘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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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도 시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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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도 체험. |
다도체험 뒤 오하타고 카시바야(53개의 객주가 있는 옛 여관)를 찾았다. 우리나라 조선시대인 에도시대의 대형 숙박시설로 계급에 따라 중산층이 머물던 여관이다. 국가가 1998년 사 들여 문화재로 지정됐다. 우리나라는 일단 문화재로 지정되면 출입이 통제되지만 이 곳은 1층과 2층을 자유로이 드나들며 기모노를 입어보고 당시 상황을 체험할 수 있다. 수월암(관음사)에서 정진(나쁜 마음과 악행을 누르다)요리로 점심을 먹고 우리나라 천문대격인 야이즈 디스커버리에서 CG돔시어터를 구경했다.
1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시다온센주조는 양조장인데, 전통가옥에서 대형 가마솥으로 밥을 하고 누룩을 만들고 숙성하는 과정을 거쳐 우리의 정종과 같은 사케를 만든다. 과일향이 나는 술 등 대를 이어가는 장인정신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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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하타고 카시바야. |
일본에서 마지막 숙박을 위해 후지에다 시내에 있는 오가와 호텔에 짐을 풀고 시내를 나섰다. 시내에서는 축제가 열렸다. 축제 분위기가 뜨거워지면서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다. 상가사람들이 축제를 열고 시민들이 즐기는 행사였다.
마지막 날 호텔에서 조식을 마친 후 렌게지 이케공원을 찾았다. 아침운동을 하는 시민들과 공원을 찾은 시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곳에는 역사박물관이 있다. 옛 조상들의 의식주 도구가 전시되어 있어 후지에다시의 과거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학생들이 자주 찾아 지역의 역사를 공부하며 스스로 애향심을 키우는 곳이다. 후지에다시 역사박물관이 지방자치시대 20년을 맞은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다.
빈부 격차가 거의 없는 후지에다시는 인공적이지 않고 도시 전체가 자연 속에 파묻혀 있다. 감히 휴지 한 장 버릴 마음조차 사라지게 만드는 조용한 전원도시! 옛것을 보존하고 공유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아직도 두 눈에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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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에다시내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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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행을 환영하는 오차사노토 박물관 직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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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루코는 아홉 살’이 전시된 에스팔스 드림플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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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디크린 제조공장 방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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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에다시 역사박물관 전시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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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이따(나전칠기류)에 그려진 동해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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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에다시장과 양주시민방문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