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법원 재판장에서 한나라당 김성수 국회의원(양주·동두천)의 정치생명이 걸린 대단히 중요한 사실이 폭로됐다. 진실 여부에 따라 검찰은 권력을 쥐고 있는 현직 국회의원에 대해 재수사하는 것이 불가피할 수도 있게 됐다.
김성수 의원이 당선된 직후인 2008년 12월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한차례도 거르지 않고 후원금을 집단 송금했다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된 윤기섭 양주축협 조합장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축협 임원은 “2009년 3월 김성수 의원과 (김성수 의원 후원회 부회장인) 진성복 도의원이 찾아와 후원금을 직접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진성복 도의원이 김 의원과 별개로 움직이며 김 의원 모르게 단독적으로 후원금을 모금했고, 이 때문에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혼자 기소된 것으로 알려진 내용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항간에 “준 자는 죄가 있고, 받은 자는 죄가 없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역시 김 의원이 직접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김 의원이 양주축협으로부터 집단 후원금을 전달 받은 시점은 공교롭게도 축협이 내부적으로 상당한 시련을 겪고 있던 때였다. 2008년 12월부터 2009년 5월까지 의정부시 녹양동 유통단지 292억원 대출사고를 일으켜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로부터 감사를 받아 무더기 징계를 당했다. 그리고 지난 3월 농협법 개정 추진 여파로 자칫하다가는 축협이 존속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도 있었다. 징계 감면과 축협 존속 등의 문제는 4년째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 의원의 업무와 직결되는 일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징계 감면 청탁을 수락했고, 축협 존속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를 억지로 추정해본다면, 김 의원은 축협으로부터 순수하지 못한 대가성 정치후원금을 받았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이는 특히 문석호 전 국회의원(서산·태안)이 2005년 12월 에쓰오일 제2공장을 서산지역에 설립하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김선동 당시 에쓰오일 회장에게서 100만원, 에쓰오일 직원 546명으로부터 1인당 10만원씩 모두 5천560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 유죄를 받은 사건과도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의지에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대법원은 2010년 9월9일 “문석호씨가 보좌관 등을 통해 후원회 계좌를 사실상 지배·장악하고 있었으므로 후원회를 통해 금원을 받았다 해도 문씨 본인이 바로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고, 김선동씨가 내막을 모르는 직원들의 기부행위를 유발한 사실을 인정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며 벌금 1천만원에 추징금 5천56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러나 의정부검찰은 김 의원에 대해서는 내사 종결한 뒤 그의 오른팔 노릇을 한 진성복 도의원만 기소했다. 검찰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했겠지만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상식적으로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수사가 필요한지 다시 따져볼 일이다.
김 의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농축산인들과 시민들이 충분히 납득할만한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오른팔 노릇을 한 진 의원이 벌써 6개월째 감방에 수감되어 있는데도, 정작 본인은 지금까지 이렇다 할 공식입장 하나 밝히지 않는 것은 유권자들을 우롱하는 몰염치함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