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원이 바쁘다. 손과 발이 부르트도록 새벽부터 의정부를 돌며 시민들을 만난다는 것이다. ‘의정부에서 산다’는 농담 섞인 이야기도 들린다. 안병용 시장이 공식석상에서 종종 치켜세우는 말처럼 ‘의정부의 자랑, 4선의 큰바위 얼굴’ 중진 의원치고는 민망할 정도다. 다름 아니라 그가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희상 의원측은 5선이 되면 국회의장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의정부를 전국에 알리는 브랜드 파워가 생기며, 힘들이지 않고 의장 몫의 국가예산 상당액을 해마다 챙길 수 있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 한다. 크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다 옳은 말도 아니다.
우선 그가 속한 민주당이 무조건 과반수 다수당이 되리란 보장이 없다. 가깝게 제15대 국회 때부터 국회의장을 지낸 김수한 박준규 이만섭 박관용 김원기 임채정 김형오 박희태 의원의 지역구를 세밀히 기억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국회 수장으로서 국회대표권, 의사정리권, 질서유지권, 사무감독권 등을 행사하는 것이 국회의장인데, 국회의장이라고 해서 의장 몫 예산 운운하는 것은 반칙과 특권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구태일 뿐이다.
한편에서는 그가 김대중 정부 초대 정무수석일 때, 또는 노무현 정부 초대 비서실장일 때, 그것도 아니면 열린우리당 의장이나 제18대 국회 부의장일 때 해결하지 못했던 회룡천 군사방어벽 철거를 이명박 정부 때 실현가능하게 만든 것을 두고 ‘그 때는 뭐했나’라는 의구심을 갖는다. 호원IC 설치나 지하철 7~8호선 연장 추진 등도 같은 선상에 놓여 있다. 될 일은 언젠가 되게 되어 있다. 자랑할 일이 아니다.
그를 아끼는 사람들은 이제 명예롭게 정치 일선에서 퇴진하여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의 실천하는 원로정치인으로 남길 바라고 있다. 1945년생으로 젊었을 적 고생은 정무수석, 비서실장, 당의장, 부의장 등으로 만회하고도 남았다고도 한다. 아들이 국회의원에 출마한다는 ‘정치세습설’을 한방에 불식시키는 것은 좋지만, 먼 미래를 보고 ‘큰바위’처럼 거취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는 충고도 나온다.
내년 총선은 민주당에 유리한 바람이 불 여건이 충분하다. 이같은 좋은 기회에 후배 정치인을 내세워 당선시키는 게 문 의원이 진정 할 일이다. 그럼에도 본인이 직접 출마하겠다면 의정부시 각종 산하단체에 똬리 틀고 있는 수족들을 가장 먼저 읍참마속해야 한다. 의정부민주당의 추태를 드러내는 상징인 측근인사 파문은 분명한 독약이자 폭탄이기 때문이다. 5선 도전이 주체할 수 없는 권력욕으로 비하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언론법이 날치기 통과된 2009년 7월, 정계은퇴를 고민했던 순결한 마음을 이제는 보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