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리더십이 실종된 의정부에 정치다운 정치가 하루 속히 복원되어야 한다. 의정부시는 연일 볼썽 사나운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적자가 예상되는 경전철 문제는 뒤로 하더라도 당장 가능·금의지구 뉴타운과 의정부민자역사 이마트 입점문제가 뜨겁다. 그것도 모자라 안병용 시장이 이끄는 의정부시정과 노영일 의정부시의회 의장이 이끄는 의정이 막가는 쪽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뉴타운 문제를 먼저 보자. 뉴타운 추진으로 억울하게 쫓겨날 시민들이 부지기수인데도 이에 제동을 거는 정치세력은 거의 없다. 고작해야 민주노동당 홍희덕 국회의원과 의정부뉴타운 반대 주민대책위원회 정도다. 나머지는 사실상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있는 셈이다. 이마트 입점문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역경제에 폭탄이 떨어지는 것임에도 일부 정치인들과 영세상인들만 반대하고 있을 뿐 나머지는 입장이 분명치 않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의정부시는 연일 반대시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중재에 나서는 정치세력도 없고, 그렇다고 안병용 시장이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이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의 언행은 뉴타운과 이마트를 찬성하는 쪽이어서 민주당 출신치고는 ‘친재벌’ 성향이 묻어나온다. 게다가 ‘섬김행정’을 강조하면서도 시청을 점거했다는 이유로 뉴타운 반대주민들에게 “누울 자리를 보고 똥을 싸라”는 망언을 했다니 기도 차지 않는다. 한술 더떠 주민 9명을 업무방해혐의로 고발하여 경찰이 체포해가는 등 의정부시가 ‘폭압행정’을 일삼고 있다.
얼마 전에는 “당신들 삶의 터전이 그게 뭐냐. 서민 눈물 닦아주는 게 뉴타운”이라며 말 같지도 않은 말을 쏟아낸 게 안 시장이다. 안 시장은 민주당, 선거캠프 관련자들을 시장 비서실은 물론 각종 기관단체에 자리 잡아준 것에 이어 신흥대학 제자까지 시청에 취업시키며 각종 특혜의혹을 일으키고 있다. 서예를 배운 ‘스승’을 위해서는 특혜예산까지 배정하는 등 소위 ‘특혜시리즈’를 남발하고도 있다.
의정부시정이 이렇게 엉망진창이면, 의회라도 정신 차리고 제동을 걸어야 하는데 똑부러지게 나서는 이가 없다. 그나마 한나라당 의원들이 5분발언이나 시정질문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의회는 최근 민주당 노영일 의장과 한나라당 김재현 의원이 ‘막말 논쟁’을 벌이며 부끄럽기 짝이 없는 ‘막가는 의회상’을 적나라하게 연출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시민단체들은 강세창 의원이 5분발언에서 안병용 시장에게 “건방지다”는 독설을 퍼부운 것에 대해 “막말 정치인 강세창 퇴진”을 요구하는 등 의정부 정치판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강 의원은 시민단체들이 이른바 ‘안병용 망언’에 대해서도 칼을 들이댈지 눈여겨 보겠다는 입장이다.
의정부시가 왜 이렇게 망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원칙있는 현명한 지도자가 무게 있는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이렇게까지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막가는 시정과 의회, 도대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의정부 지도자들은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슬기롭게 숙제를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