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가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한심한 일을 벌이고 있다. 이른바 양주별산대놀이 사태다. 지난해 10월부터 사단법인 양주별산대놀이보존회 이사회 구성에 개입해 월권논란을 일으키다, 양주시가 내세운 이사회가 사실상 불법단체로 전락되는 등 수모를 겪고 있다. 게다가 보존회장과 사단법인 직원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경찰에 수사의뢰했다가 오히려 무고죄로 고소 당하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급기야 지난 3월20일 KBS의 전국노래자랑 녹화방송 촬영을 앞두고 사단법인측은 별산대공연장 건물에 ‘문화단체 탄압하고 문화말살 앞장서는 양주시장은 사죄하라’ ‘대한민국 1등 탈춤 양주별산대, 문화탄압 1등 양주시청’ ‘강제로 빼앗은 전수관을 돌려주고 양주시장은 사죄하라’ 등의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벌였다.
수많은 양주시민들이 녹화방송을 구경하러 별산대공연장을 방문하는 것에 맞춰 사단법인측과 양주시가 한바탕 소동을 벌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여기에 손도끼를 손에 들고 현수막을 제거하겠다는 사람까지 등장하는 등 양주별산대 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렇게 된 근본이유는 두 말없이 양주시에 있다. 과거 윤명노 군수 시절 설립된 사단법인 구성원들이 2002년 임충빈 시장 취임 이후 대폭 물갈이되면서 양주별산대보존회 내부갈등이 터졌고, 최근까지도 이 갈등은 이어졌다. 밀려난 일부 회원들이 현삼식 시장 선거를 도왔고, 지난해 현 시장이 취임하면서 그의 선거대책본부장이던 김완수 전 양주시의회 의장이 사단법인 이사장으로 터 잡으려던 계획이 반발을 일으켜 현재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2호인 양주별산대놀이가 이처럼 큰 상처를 입고 있는 것은, 권력남용 논란을 일삼는 양주시가 사실상 ‘현삼식 사람 심기’라는 목적을 표면화했기 때문이다. 상생과 소통, 합리와 이성을 상실한 채 힘과 감정을 앞세운 불합리한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다보니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4월1일에는 별산대공연장에서 대한민국 탈춤연합회가 회의를 열고 현 사태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할 예정이어서 파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더 이상 양주시는 주위로부터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손가락질을 받아서는 안된다. 그것은 곧 국가중요무형문화재를 정치도구로 삼는다는 비판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기회로 ‘임충빈 사람’인 전영진 사단법인 이사장과 ‘현삼식 사람’인 김완수 전 의장은 양주별산대를 위해 발을 빼는 것이 현명한 처신이다. 두 사람의 동반퇴장으로 양주별산대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면 그것보다 더 큰 명분은 없다.
양주시도 양주별산대를 포함한 시 무형문화재를 어떻게 하면 더욱 계승·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해 신경써야 한다. 대표축제 개발·육성도 마찬가지다. 전국노래자랑 따위로 양주시를 홍보하고 시정을 자랑하려는 유치한 발상은 머리에서 지워야 한다. 공무원까지 대거 동원하여 전국노래자랑을 추진하다가 양주별산대 사태가 겹쳐 결국 자기 얼굴에 침을 뱉지 않았는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