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손가정’ 쓸쓸한 삶 애타는 호소
동두천시 생연동 좁은 골목길. 지붕은 새는 비를 막으려는 듯 천막과 비닐로 덮여 있다. 박씨(87) 할머니와 손녀 다슬(고1·가명)이가 사는 곳이다.
신시가지 조성으로 빈집이 남아돈다지만, 2개월 전 난방도 안되는 월세 5만원짜리 다슬이 방이 생길 때까지만 해도 박씨 할머니와 다슬이가 살 수 있는 곳은 4평 남짓한 방 한칸 뿐이었다.
박씨 할머니가 다슬이를 보살피게 된 때는 다슬이가 태어난지 5개월부터다. 다슬이가 돌을 맞기도 전에 아빠 엄마가 헤어졌고, 다슬이는 여태까지 엄마 얼굴 한번 보지 못했다. 가끔 아빠가 집에 찾아오긴 하지만 직장 없이 떠도는 아빠에게 생활비를 받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박씨 할머니와 다슬이의 생활비는 월마다 기초생활수급자 생활비로 지원되는 40만여원과 분기별로 지급되는 다슬이 학비 35만원이 전부다. 박씨 할머니의 오른쪽 무릎, 20㎝도 넘어보이는 수술자국이 보인다. 때문에 왼쪽다리는 퉁퉁 부어있다. 소일거리라도 하고 싶지만 불편한 다리와 고혈압 등으로 진통제를 달고 사는 고령의 박씨 할머니에게는 무리일 수 밖에 없다. 학비 35만원이라 해도 등록금 32만3천100원을 빼면 차비도 턱없이 부족하다. 기초생활수급자 생활비로 지원되는 40만여원을 받자마자 보증금 없는 월세 15만원과 전기세 등을 내면 반이 홀라당 사라지고 만다. 거기에다 겨울이면 난방비로 15만원이 넘게 지출된다.
“처음엔 20만원을 받았어. ‘할머니 이 돈으로 다슬이 잘 먹여’라고 말하는데, 암~고맙지, 잘먹여야지. 근데…”
당연히 다슬이는 학원 한번 가보지 못했다. 항상 상위권을 차지하는 다슬이를 보며 박씨 할머니는 힘이 나면서도 가슴 아프다. 공부를 잘하는 다슬이 대학 보낼 일도 걱정이다. 박씨 할머니가 다슬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다슬이가 받아온 상장 액자를 만들어 주는 일. 3천원이 들지만 그것이라도 해줘서 다슬이가 힘을 내었음 좋겠단다.
“이보게, 내 소원 하나만 들어줘. 우리 임대아파트에 살게 해주면 안될까? 다슬이가 ‘할머니 우리도 아파트, 아파트’하고 자꾸 졸라.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 보면 부럽겠지. 제발 우리 임대아파트에 살 수 있게 좀 도와주게나,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