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의정부역사㈜가 의정부민자역사에 대형할인점인 이마트를 입점시키기 위해 지난 2월15일 의정부시에 대규모 점포개설을 신청했다고 한다. 이로써 신세계가 의정부민자역사를 추진하던 2005년, 인근 상인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시위를 벌이자 백화점만 운영하겠다고 알려진 약속은 구겨진 종이짝보다 못하게 됐다. 신세계가 기어이 인근 중소상인들의 삶의 터전까지 빼앗으며 돈을 벌고자 하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결론적으로 신세계의 이마트 입점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 돈이 된다면 뭐든지 하겠다는 재벌의 탐욕도 문제이지만, 일단 이마트가 들어서면 인근 의정부제일시장이나 지하상가 등 소규모 상가들의 심각한 타격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주장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처럼 유통영업망이 한번 뚫리면 치유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청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전통시장 관련 예산은 2003년 834억원에서 2008년 2천287억원으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전통시장은 1천695개(5일장 포함)에서 1천550개로 줄었다. 5년 동안 1조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됐지만 대형할인점과 기업형슈퍼마켓(SSM)의 공세 등으로 오히려 시장은 145개가 사라졌다.
또다른 중소기업청 자료(중소유통업 경쟁력 강화방안 연구보고서, 2010년 8월)에 따르면 3년간 대형할인점과 SSM 진출로 인한 중소상인의 피해규모는 1조8천49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인근 중소상인의 월평균 매출액과 고객 감소율은 각각 28%, 37%로 조사됐다.
이처럼 독점적인 유통구조로 골목상권까지 파괴하는 대형할인점과 SSM은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우리 이웃인 중소상인들을 죽이는 괴물에 다름 아니다. 특히 의정부민자역사는 인근에 소규모 상가가 밀집한 곳이어서 이들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공룡과 같을 것이다.
이미 의정부에는 홈플러스와 홈플러스익스프레스, 2곳의 롯데마트, 롯데슈퍼 등이 있다. 그나마 소규모 상가 중심지역에 들어서지 않은 금오동 홈플러스의 경우도 전국 매장에서 매출순위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하니, 이마트의 위협은 보나마나 한 일이다.
다행인 것은 의정부시와 의회가 의정부민자역사 이마트 입점을 규제하겠다고 나선 점이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현명한 결정을 했다. 이같은 정책결정이 빛을 보기 위해서는 재벌의 공략에 흔들리지 않는 소신이 필요하다. 시민들이 이러한 노력에 함께 하지 않으면 우리동네 구멍가게는 모두 사라지게 되고 재벌기업만 살아남게 된다. 우리 모두가 의정부시와 의회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