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거실 한쪽에 우유팩으로 만들어진 나무가 커다란 위용을 뽐내고 있다. 초등학생의 꿈이 버려진 우유팩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었다.
양주시 광적면 가납초등학교 6학년 최한지(13)군. 서울우유 제9회 어린이창작대잔치에서 ‘마법의 우유나무’로 환경부장관 대상을 수상했다.
어머니 오진희(38)씨에게 어느 날 신문에 난 광고를 들고 가져와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게 6월. 어머니와 같이 버려진 우유팩을 모아 세척하고 말려서 제작에 들어간 지 두 달만에 완성했다. 들어간 우유팩만 3천여개다. 최군은 ‘마법의 우유나무’를 7월29일, 접수 마지막 날 제출했다.
“글라이더 등 뭐든 그림 그리고 만드는 걸 좋아해요.”
집안 한 편에는 과학, 미술 관련 상장이 가득하다.
“우유팩만 사용해야 하는 줄 알고 우유팩만 썼다가 나중에 주저앉아 뼈대를 추가했어요. 풀로 붙이면 강도에 한계가 있어 철사를 이용했고요.”
상장과 장학금 200만원을 받았지만 최군은 작품을 완성한 게 더 기분 좋다고.
“나무를 선택한 건 제트기나 탑보다 다양한 형태를 표현할 수 있어 재밌을 것 같았어요.”
다시 보아도 직각인 우유팩을 연결하여 곡선의 유려한 아름다움을 살린 자유분방한 나무는 그 형태에서부터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끌었을 듯 싶다.
어머니 오진희씨는 “어렸을 때부터 과학, UFO가 나오는 책 같은 걸 좋아해 많이 읽어줬어요. 큰 할아버지가 미국 NASA에서 근무했고, 교수인 작은 외할아버지가 아이와 많은 대화를 한 게 영향이 됐을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오씨와 최군 아버지는 디자인 관련 분야를 전공했다. 혹시 소년의 미술·과학적인 감각은 핏줄에서 타고난 것일까. 보여준 재능을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가능성으로 상상해본다.
“친구들은 별명으로 종이 한지라고 불러요.”
앞으로 우유팩 작품 만들 기회가 오면 곤충 모양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종이 한지’군. 나중에 과학자가 되면 지구와 우주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차를 만들어 보는 것이 꿈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