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전국에 창궐하면서 우리지역 축산업도 사실상 붕괴되고 있다. 식당, 사료, 분뇨, 우유 등 관련 업계도 연쇄적으로 피해가 확산되며 지역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지난해 11월29일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12월14일 방역망을 뚫고 양주시와 연천군까지 확산된 이후 1월17일 현재까지 양주 축산농가는 기르던 소·돼지의 84%에 해당하는 13만2천91마리를 땅에 묻었다.

살아 있는 짐승을 이처럼 대규모로 생매장하기는 유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어서 농민도, 관련 업계도, 공무원도, 주민도 당혹스럽고 허탈하다.

공무원과 경찰, 군인, 소방공무원, 자원봉사자들이 구제역 차단을 위해 24시간 방역활동에 총매진했지만, 아비규환을 막지는 못했다. 엎친데 덥친 격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확산되고 있어 방역당국은 초비상에 걸렸다. 이같은 비상 방역활동 탓인지 의정부시 공무원은 목숨까지 잃는 일이 벌어졌다.


1월17일 현재 양주시는 616개 농가 15만7천521마리 중 229개 농가 13만291마리를 살처분했다. 83.85%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돼지는 90.58%인 12만2천311마리가 땅에 생매장됐다. 소는 45.19%인 9천587마리를 살처분하는 등 양주시 축산기반이 괴멸적 타격을 받은 상태다.

축산규모가 크지 않은 동두천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84개 농가 2만1천367마리 중 90%가 넘는 30개 농가 1만9천365마리가 살처분됐다. 돼지는 무려 97.23%인 1만8천868마리가 땅에 묻혔다. 돼지농가가 시련을 이기고 다시 일어서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41개 축산농가가 있는 의정부시는 3개 농가에서 소 90마리를 살처분했다.

1월17일 현재 경기도내 살처분 추진율은 86%로, 1천540개 농가 121만2천701마리 중 1천436개 농가 104만5천94마리(소 5.7%, 돼지 94.3%)가 생매장됐다. 사육두수 대비 살처분 비율은 소 11.3%, 돼지 44.6%다. 전국적으로 3천965개 농가 170만1천487마리가 살처분된 것을 감안하면 경기도의 타격은 심상치 않다. 특히 양주시 살처분 현황은 전국의 7.8%를 차지한다.

한편, 경기도 구제역 피해농가 보상금이 5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월17일 현재 14%인 700억여원만 지급되는 등 살처분 보상금과 생계안정자금 지급이 지연되고 있다.

경기도 구제역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지급된 살처분 보상금은 394개 농가 707억원에 불과하다. 생계안정자금의 경우 1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79개 농가에 4억3천여만원만 줬다. 살처분 보상금은 전액 국비로, 생계안정자금은 국비 70%와 도비 30%로 지급하는데 국비 지원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