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스스로 공개석상에서 “21년 행정학 박사 교수 출신”임을 강조해온 안병용 의정부시장이 굴욕적인 행정을 하고 있다. 취임 후 곧바로 터져나온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치 반대 ‘촛불’에 놀란 이명박 정부처럼, 안병용 시장도 의정부 뉴타운 반대 ‘촛불’에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은 모습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회에서 입법활동에 전념해야 할 민주당 문희상 국회의원이 전면에 나섰다. 문 의원은 지난 12월23일 뉴타운 반대주민들과의 면담에서 “의정부시장이 제멋대로 큰소리 뻥뻥 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자존심이 너무 상한다”라면서 “나도 공천 주는데 일조한 사람이고, 그 사람 지지하는데 앞장선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주민 눈물 닦아준다 그러기 전에 눈물나지 않게 앞장서지 않으면 다 내 책임”이라고 가슴을 쳤다. 12월24일 안 시장을 만나서는 “억울한 사람이 없게 최대한 배려하여 추진하라”고 조언했다.
그것도 모자라 문 의원이 직접 돈을 들여 ‘가능·금의지구 재개발에 관한 의정부시민 여론조사’를 한 뒤 참고하라며 안 시장에게 줬다. 어찌보면 공천권자의 섭정(攝政)이나 월권(越權) 쯤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는 안 시장이 행정의 꼬인 실타래를 제대로 풀지 못해 자초한 일이다.
의정부 출신 민주노동당 홍희덕 국회의원도 “우리 민노당은 뉴타운을 저지해야 한다는 게 확고한 신념”이라고 말한다. 주민들에 따르면 민주당 박세혁 경기도의원은 “주민들처럼 뉴타운 반대가 민주당 당론인데, 건설재벌과 정비업자만 배 불리는 뉴타운을 왜 안병용 시장은 찬성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21년 행정학 박사 교수 출신 민주당 시장”이라고 본인 스스로 강조해온 정체성이 ‘뉴타운 강행’으로 심각하게 흔들리고, 공개적으로 인격과 자질까지 의심받는 안 시장이 섭정 상황까지 초래하고 있으니 민주당으로서는 죽을 맛이다. 오로지 돌아오는 것은 서민들의 싸늘한 시선뿐.
안병용은 만나봐야 ‘불통’이니 공천권자이자 실력자인 문희상을 만나 하소연하는 게 낫다는 주민여론이 조선말 흥선대원군처럼 의정부에 섭정시대를 열게 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