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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2010-12-31 09:10:10 입력

▲ 외과전문의
고등학교 통학버스 안에서 흠모하는 여학생과 어깨가 닿은 기억으로 지새운 하얀색 밤, 전설의 고향 구미호가 불쑥불쑥 나타나는 통에 무서움에 떨며 지새운 새빨간 밤, 학교에서 큰 사고를 친 후 부모님 꾸중이 두려워 새운 회색빛 밤, 입대 전날 긴장감에 이리저리 뒤척이며 새운 검정색 밤…. 

이렇듯 불면의 밤을 지새운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다. 때로는 기쁨에, 때로는 괴로움에, 때로는 두려움에, 그 이유도 참 다양하다. 이러한 불면의 밤이 도를 넘어 지속되는 상황을 우리는 불면증이라고 칭한다.

대체로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면 불면증이라는 병으로 진단하게 되며, 그 원인에 따라 약물이나 신체의 기능적 장애 등의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 때문에 발생하는 이차성 불면증과 단순히 심리적인 이유 외에는 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일차성 불면증으로 나뉘게 된다. 대표적인 이차성 불면증의 원인은 여러 가지 약물, 갑상선 기능 항진증, 류마티스관절염, 수면 무호흡증 등이 있다.

따라서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우선 불면증의 원인이 될 만한 이유를 찾아보아야 한다. 우선적으로 침실의 환경을 살펴본다. 조명이 너무 밝지 않은지, 주위에 소음원이 있지는 않은지 등을 우선적으로 찾아본 후 문제가 있다면 교정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이다. 다음에는 각 개인의 일상에서의 문제를 살펴본다.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카페인, 알코올, 니코틴 등을 과도하게 섭취하거나 신경정신계통 약물을 남용하는 것이 원인인 경우가 있다. 당연히 이러한 것들을 교정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또한 불규칙적인 수면 습관, 과도한 식사량 등도 잠을 방해할 수 있으니 이러한 요인들도 교정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불면증 치료 방법이다. 나아가 위에서 언급한 이차성 불면증을 유발할 만한 신체의 질병에 대해 검사해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교정에도 효과가 없으면 급기야 수면제에 의존하기도 한다. 불면증은 지속시 우울증, 불안장애 등의 큰 병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아쉽게도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의 많은 경우는 쉽게 교정할 수 있는 뚜렷한 이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아니 어찌 보면 불면증의 원인을 당사자들은 더욱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교정할 엄두가 나지 않을 뿐이다. 따지고 보면 현대사회에서의 삶은 누구든 불면증 환자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의 감수성에 따라 같은 조건이라도 불면증에 잘 걸리기도 하고 잘 걸리지 않기도 한다. 따라서 불면증의 가장 좋은 예방법은 각 개인이 처한 현대사회의 환경을 교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이 이 거대한 세상을 바꾸는 것은 매우 힘들어 보인다. 물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위의 가능한 교정 조치를 취했음에도 쉽게 잠에 빠지지 못하는 분들은 다음의 방법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잠자리에 편안하게 눕는다. 잠을 자려고 노력하지 말고 그냥 무방비 상태로 누운 후 눈을 감고 기다려 본다. 어떤 일이 발생하는가. 조용히 눈을 감은지 채 몇 초가 되지 않아서 생각이라는 것들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너무나도 많은 생각들이 해변으로 밀려드는 파도의 포말처럼 일어났다가 금세 사라진다. 여기에 우리가 잠에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열쇠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렇게 생각이 피어나면 자연스럽게 이러한 생각들에 빠져들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두려워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또 밤을 꼬박 지새운다.

그렇다.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생각에 휩쓸리는 경향이 있으며 이것이 우리들 인간의 본질이기도 하다. 문제는 생각들이 일어나는 것 자체에 있지는 않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생각들에 계속 휩쓸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저 생각이라는 것은 나에게서 발생하는 하찮은 분비물쯤으로 여기고 그저 바라만 봐 보자. 그러면 그 생각은 금방 사라져 버릴 것이다. 생각이 피어났다가 연기처럼 사라지는 모양을 즐겁게 관찰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에 동조하고 생각에 휩쓸리게 되면 순식간에 생각은 나를 점령해 버리고 여지없이 불면의 밤을 만들어 줄 것이다. 잘 지켜보면 대부분의 생각은 느닷없이 생겨나는 하찮고 유치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에 휩쓸리지 않고 다만 생각을 바라보는 것에 익숙해지면 어느새 쉽게 잠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단, 신체상의 문제 등으로 인한 불면증은 그에 맞는 치료를 반드시 병행하여야 한다. 사실 이러한 방법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수천 년 전부터의 불교의 명상, 인도의 요가 등이 이러한 방법과 비슷한 맥을 취한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이러한 방법으로 인해 잠에 빠져 드는 결과는 종교적 수행의 차원에서는 궁극적인 진리를 추구하는 데에 걸림돌만 되는 부작용일 뿐이다.

그렇게 1년이라는 커다란 원을 한바퀴 돌고 우리는 다시 또 오늘 이 자리에 섰다. 돌이켜 보면 언제나 그렇듯이 올해에도 우리에게는 무수히 많은 생각과 욕망이 일어나고 사라져 가곤 했었다. 이러한 생각과 욕망은 때로는 고상한, 때로는 천박한, 경우에 따라서는 잔인한 모습을 한 채 우리 앞에서 일어났다가 홀연히 사라져 갔고 이러한 에고의 유희에 따라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희일비하며 일렁이는 파도 위의 돛단배처럼 그 얼마나 많은 변덕스러운 모습을 보였었던지.

‘생각’이 이쯤에 이르니 문득 사춘기 때 잠깐 하다가 집어치운 ‘나는 누구인가’라는 주제의 숙제를 다시 꺼내서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2010-12-31 09:20:40 수정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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