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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관상 보도’ 남북관계 도움될까
  2010-10-16 10:35:29 입력

▲ 고승우/미디어오늘 전문위원
김정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북측의 정치적 리더십 확립과정이 큰 관심사다. 이런 현상은, 북측의 정치지도자 선출방식이 세계 대다수 국가에서 시행되는 서구식 정치적 리더 선출방식과는 크게 다르다는 점과 북한 정부와 언론의 체질화된 비밀주의가 상승작용을 일으킨 탓이다.

김 부위원장의 등장과정을 동서고금의 수많은 지도자들의 보편적인 경우와 비교하면 매우 이색적이다. 학자들의 연구결과 지도자가 되는 방식은 몇 가지로 나타난다. 선천적인 개인적 자질이 뛰어난 경우, 역사적으로 큰 계기를 맞아 리더가 되는 경우 등이다. 김 부위원장의 정치적 위상 획득이 어느 방식에 해당하는지는 모호하다.

정치적 리더는 대중에게 미리 그의 자질이나 성과 등이 알려지면서 정상의 자리에 오르는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김 부위원장은 그 얼굴 사진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크게 대비된다. 이런 점들이 북측의 정치적 변화에 대한 외부세계의 부정적 평가가 주를 이루는 주요 이유라 하겠다.

김정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한 수구언론의 적대적 보도가 줄을 잇는다. 상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만끽하는 모습이다. 현대 정치사에서 유래가 없는 ‘3대 세습’이라면서 말폭탄을 날리고 있다. 김 부위원장의 사진이 처음 공개되자 관상전문가들을 동원해 기사화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수구언론의 대북 보도가 ‘무찌르자 공산당’의 형식이었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니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언론이 독자 등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도 큰 원칙의 틀을 지켜야 한다. 언론보도가 마치 남북대결을 방불케 하면서 글을 흉기로 휘두르는 식은 곤란하다. 이는 어느 경우에도 적용되는 기본 원칙이다. 남북 관련 보도에서는 기존의 남북관계나 그 미래 등을 고려하는 배려를 생략해서는 안된다. 언론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박수를 칠 일이다. 하지만 언론도 남북간에 합의된 역사적 성과나 원칙 등을 한번쯤은 살펴보면서 고민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남북이 지난 1991년 12월13일 서울에서 개최된 제5차 고위급회담에서 채택한 기본합의서는 소중한 역사적 자산이다. 남북기본합의서는 7.4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조국통일 3대원칙을 재확인하고 평화통일을 성취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경주할 것을 다짐한 것으로 그 후 6.15공동선언, 10.4선언의 토대가 되었다. 남북기본합의서는 24개항을 통해 화해, 불가침, 교류협력에 대한 원칙을 제시했다. 그 가운데 오늘날과 같은 상황에서 다시 확인할 부분이제1장 남북화해의 1~4항으로 그것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제1조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
제2조 남과 북은 상대방의 내부문제에 간섭하지 아니한다.
제3조 남과 북은 상대방에 대한 비방·중상을 하지 아니한다.
제4조 남과 북은 상대방을 파괴·전복하려는 일체 행위를 하지 아니한다.


남북간에 합의된 역사적 문건들이 이미 휴지조각이 된 것 아니냐 하는 막말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적절치 않다. 남북이 정전상태를 유지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평화공존과 평화통일을 위해 같이 고민해서 구체화시킨 원칙과 방법론은 매우 탁월하고 그 일부는 현재 남북교류협력법 등의 실정법에 반영되거나 개성공단에서 실천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도 말로는 6.15공동선언, 10.4선언은 인정한다는 것을 언급한 바 있지 않은가?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진보진영이 왜 북에 대해 비판하지 않느냐고 삿대질까지 하고 있다. 이는 세상을 자기식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면서 남들도 왜 같이 하지 않느냐 하는 식의 오만불손한 태도다. 이 신문은 김 부위원장의 등장과 관련해서 북측의 정치제도는 남측과 다르다는 점에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내부문제에 간섭하지 아니한다는 남북기본합의서 정신을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북측의 정치적 리더십 확립과정에 대한 정보가 아직 부족한 상황이고 남측의 대의민주주의가 지닌 허점도 생각할 때 더욱 그러하다.

북측의 정치체제는 그곳의 대내외적 특수상황 속에서 확립된 것이지만 그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지니는 것은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는 상황에서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 중이고 서로에 대한 영향력 행사가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점, 남북은 대화를 계속하고 교류와 협력 방안을 같이 고민하면서 궁극적으로 평화통일의 그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한반도 당사자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북의 정치적 리더십 확립과정에 도를 넘는 식으로 비판하거나 웃음꺼리로 삼아 부정적인 낙인을 찍는 일은 삼가야 한다. 남북이 상대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그것은 갈등과 대립의 골짜기로 굴러떨어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미디어오늘(www.mediatoday.co.kr)과 기사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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