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더불어 사는 2006 사회문화제’가 열린 의정부예술의전당 국제회의실에서는 ‘소수자 문화복지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한 심포지움이 열렸다.
양훈도 경인일보 논설위원이 사회를 맡은 이날 좌담회에서 발제자들은 외국인노동자, 노숙자, 장애인, 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 국제결혼 이주여성 등에 대한 현실과 대책을 논의했다. 방청객들은 “국제결혼을 알선업체에게만 맡기지 말고 제도적 장치를 만들자”, “장애인 정책을 세울 때 장애인 시각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발제내용을 정리한다.
각계 전문가들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심포지움
문병하(더불어 사는 사회문화제 추진위원장)=그동안 단일 민족과 문화에 젖은 우리 사회는 소수자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소홀했다. 그러나 경제발전, 산업화, 인권 신장, 복지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며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소수자라는 말 속에는 차별과 배제라는 사회정치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제는 고정된 틀이 아닌 각자의 삶의 처지에 따라 다양한 문화가 존재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의 처지에 따라 문화를 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나아가야 한다. 앞으로 소수자들의 문화복지 방향은 소수자들의 문화활동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필요한 공간과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쪽으로 나가야 한다.<소수자의 운동에 있어서 문화복지>
이동훈(의정부외국인근로자센터 소장)=우리는 다문화·다인종 시대로 진입했고 우리 주위에는 다문화·다인종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제 이들의 문화를 인정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외국인들이 자신의 문화를 펼치는 것과 함께 한국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한국문화를 알아야 한다. 먼저 단일민족을 내세우던 의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학교를 대상으로 다문화 교육을 하고, 다문화 지역축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전담부서 등 지원체계의 틀을 마련하고 육성하여야 한다.<다인종·다문화공동체 형성을 위한 외국인이주노동자 문화복지>
임영인(노숙자 다시서기지원센터 소장)=흔히 노숙인들에게도 문화서비스가 필요하냐고 의심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문화적 욕구가 있는 만큼 노숙인들도 문화적 욕구가 있고 그것을 충족시킬 권리가 있다. 문화향유권을 통해 사회적 소수자가 삶의 가치를 느끼고 문화향유를 위해 직업을 구현하는 경우도 보인다. 노숙자도 문화에 대한 갈망이 있다. 건강한 사회는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존재의미를 확인할 수 있는 사회이며 그러한 기회는 사회적 소수자들에게도 중요한 가치로 보장되어야 한다. 노숙인들에 대한 문화서비스 제공은 이들의 자존심을 회복시키며 사회복지가 단지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가치가 존중되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문화프로그램을 통해 살펴본 노숙인의 삶의 변화 사례>
조향현(의정부시장애인종합복지관장)=의정부지역의 경우 장애인이 마음 놓고 관람할 수 있는 문화시설은 의정부예술의전당 등 몇 개 시설뿐이다. ‘천국의 계단’이라는 말을 빗대보면 계단을 이용하지 못하는 장애인은 천국도 가지 못한다. 현재 장애인의 문화활동은 TV 등으로 크게 한정되어 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일한 문화나 여가활동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기 위해서는 국가·지자체의 적극 개입을 통한 장애인 문화복지 증진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이 선결 과제다. 의정부문화원 자문위원회 등에 장애예술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을 건의할 예정이다.<장애인의 문화복지 증진방안>
김흥광(북한이탈주민후원회 과장)=남한으로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은 탈북 당시의 기대와 현실의 괴리에서 갈등을 겪는다. 남과 북의 사회와 문화, 가치관, 대인관계, 제도 차이에서 차별점을 느끼고 1~3년간 혼란기를 겪으며 10여년이 지나도 적응하지 못하고 남한사회의 주변인으로 좌절할 수도 있다. 북에서 교수, 학자, 노동자 등 북에서의 계급과 삶의 노하우는 남에서는 필요 없으며 의식을 백지화시켜 다시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이탈주민은 남한사회에 대한 보다 균형 잡히고 객관적인 인식이 필요하며 자신의 능력에 대해 보다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남한에서의 적응을 보다 장기적인 과정으로 이해해 나가며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남한 주민과의 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앞으로 다가올 통일을 위해서 남북의 의식적 접근이 필요하다.<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들의 남한살이 어려움과 바람직한 대책>
김이선(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여성외국인의 입국이 증가하며 우리나라가 이주여성들의 입국지역으로 위치 지워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주의 여성화를 가져오는 요인으로 결혼산업의 발달과 가사서비스의 수요를 들 수 있다. 외국인여성과 한국남성간의 결혼은 1990년 619건이던 것이 2005년에는 3만1천180명으로 늘어나 전체 결혼건수의 9.9%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한국사회는 결혼 이주여성의 출신문화에는 눈을 감은 채 이들을 한국문화로 재문화화(re-culturalization)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문화는 다양성이 생명이다. 외국인여성이 보유한 다양한 문화를 한국사회에서 받아들여 문화 발전에 활용하고 이주여성들이 지니고 있는 인적 문화적 자원에 가치를 두고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개척해야 한다.<국제결혼 이주여성의 문화적 갈등 경험을 통해 본 다문화 소통의 현실>
양훈도(경인일보 논설위원)=좋은 말씀 많이 들었다. 소수자 문제에 대한 고찰은 아직 시작단계로 지금은 문제 제기만으로 그치더라도 앞으로 좀더 다듬어져서 본격적인 문제해결에 이바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