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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종군, 낙마, 권불십년
  2005-10-04 18:55:00 입력

흰옷(白衣)을 입고 군대(軍)를 따라(從) 전쟁터에 나간다. <송서> 권 77 ‘안사백전’에는 "유양진이 백의(白衣)객의 몸으로 주사의를 쳤다"라는 기록이 있다. 백의(白衣)란 글자 그대로 흰옷 또는 흰옷을 입는 사람이다. 벼슬이나 직위가 없는 서민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백의종군의 대명사는 이순신 장군이다. 유력 정치인들이나 고위 관료, 각 조직 대표들이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쫓겨나면서 즐겨 쓰는 말이 백의종군이다. 얼마나 심오한 의지의 표현인가. 잘못을 시인하거나 억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기 한 몸 사심없이 바치겠다는 뜻이니까.

10.26 재보선 결과에 책임을 지고 열린우리당 의장직을 사퇴한 문희상 국회의원은 지난달 28일 당원들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으로 “우리당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 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에 백의종군의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의원은 지난 4월2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제2차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임기 2년의 의장에 당선됐다. 그러나 곧 실시된 4.30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에 23:0이라는 참패를 당해, 한달도 못돼 사퇴압력에 시달렸다. 이번 제2연속 참패는 문의원 스스로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결과였을 것이다.

80년대 연청을 이끌며 군사정권의 모진 탄압을 받던 문의원은 88년 낙선 뒤 92년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며, 98년 2월 국민의 정부 초대 정무수석으로 발탁됐다. 그러나 그해 5월 안기부 기조실장으로 낙마하는 수모를 겪었다. 2003년 2월 참여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던 그는 그해 11월 열린우리당을 선택, 그동안 동고동락하며 끈끈한 인연을 과시했던 민주당 한화갑 의원과 결별했다.

열린우리당이 정체성을 잃고 지리멸렬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문의원이 다시 백의종군 한다는 말에 작은 희망을 걸어본다. 당의장으로 있으면서 억지춘향 웃는 얼굴이 안쓰러웠던 터다. 옷이 불편했을 것이다. 이제 문의원이 선택한 전쟁터가 어디인지 지켜볼 일이다. 권세는 10년을 못가고 꽃은 10일을 못넘긴다는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을 잊지 않으면서 말이다. 아참, 말에서 떨어지는 꿈은 ‘정당의 배신/세력과 신분, 직위의 몰락/정책 수행의 실패/남녀간의 배신을 가져온다’는 뜻이라던데 오늘밤은 말타는 꿈 꾸지 말기를.

2005-10-04 18:55:00 수정 유종규 기자(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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