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4.19가 그렇고 5.18이 그렇다.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두 사건은 올해로 50주년과 30주년이 지났다. 하나는 혁명이라고 부르고, 하나는 민중항쟁이라고 부른다.
시인 김수영은 ‘푸른 하늘을’에서 “어째서 자유에는/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혁명은/왜 고독한 것인가를.//혁명은/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이라고 절규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어찌하여 피를 요구했는지 이유를 밝힐 필요는 없다. 그것이 역사였기 때문이다.
오는 6월2일은 지방선거가 있는 날이다. 공교롭게도 지금은 ‘천안함’이라는 예상치 못한 이슈가 발생하여 선거가 제대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천안함 사태로 정부는 당장이라도 북한과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60년만에 조성된 최대의 전쟁위기 국면 중 하나다. 그러나 전쟁은 애들 장난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기에, 전쟁 발발을 상상하는 국민은 극히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사건 이후 전개되는 일련의 상황이 선거 구도를 뒤흔들며 4대강, 무상급식, 세종시 등 모든 핵심쟁점을 가려버리는 변수가 되고 있어, 유권자들의 표심을 왜곡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럴 때일 수록 현명한 유권자들은 지혜롭게 현 시국을 판단하여 우리 지역을 위해 정말 진심으로 일할 사람, 사심없고 능력있으며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 믿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그동안 피를 먹고 자란 것처럼, 앞으로의 민주주의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힘’을 먹고 자라날 것이다. 그것은 바로 뜨거운 가슴, 냉철한 판단으로 망설이지 않고 투표장에 나서는 일부터 시작된다. 오는 6월2일도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성숙시키겠다는 생각으로 진정한 일꾼을 선택하는 날임을 약속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