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노골적인 공무원 동원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인사권자의 강압적인 명령을 거부할 공무원들이 많지 않다는 것은 현실이다. 특히 의정부·양주·동두천시장은 전국적으로 지지율이 상종가를 치고 있는 한나라당 소속 정치인들이기에, 올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면 각종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몸을 사려야 할 판이다.
의정부 김문원 시장은 지난 1월2일 의정부1동을 시작으로 13일 자금동까지 9개동에서 열린 신년교례회에 참석해 지역 단체장과 통반장 등 여론주도층을 상대로 온갖 치적을 홍보했다. 여기서 모자라 이달 6일 의정부1동을 시작으로 15일 녹양동까지 15개동을 돌며 동별 주요업무를 보고 받고 있다. 그러나 명목상 업무보고이지 실제로는 이 자리에 참석한 지역 단체장과 통반장 등 여론주도층에게 시정을 홍보하는 자리로 이용되고 있다. 더 나아가 주민여론을 청취한다는 명분 아래 각종 건의를 즉석에서 해결해주겠다는 식의 선심행정으로 표몰이를 하고 있다. 국무총리상 수상과 청렴도시 선정이라는 치적 홍보는 빠질 수 없는 고정 메뉴다.
여기까지는 어쩔 수 없이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의 한계라고 치자. 한술 더떠 공무원들이 동원돼 잘 짜여진 각본을 따르듯 김시장의 지지를 노골적으로 유도하며 사실상 선거운동원으로 전락된 모습은 상식을 가진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받기 십상이다. 일부 공무원들은 인사권자의 눈에 거슬리지 않기 위해 억지로 끌려다니고 있으나, 일부는 김시장의 표몰이에 적극 가세하고 있다. 동별 업무보고가 관행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도가 지나치다. 더욱이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문제는 심각하다. 공무원노조나 직장협의회 구성조차 못하는 의정부시 공무원들이 안쓰러울 수 밖에 없다. 김시장은 지금이라도 공무원을 선거에 동원하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