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4일 의정부 행복로(옛 중앙로)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관심있는 시민들의 평가는 제각각이었다. 의정부시의 홍보처럼 “오염과 소음의 공간이 자연과 문화가 어울리는 휴식처로 탈바꿈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돈이 부족한 의정부시가 순수 시비 102억원을 쏟아부으며 6개월만에 완공한 사실을 알고는 6.2 지방선거를 앞둔 전시행정이라는 평가가 뒤를 이었다.
“인간중심의 친환경적인 공간, 활력과 젊음이 넘치는 정보소통의 공간으로 발길 닿는 곳마다 생활의 즐거움과 편리함이 이어지는 곳이며, 도심 속에 흐르는 맑은 계류와 연못, 자연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청정한 소나무 숲길을 조성하여 자연과 사람이 함께하는 조화로운 삶의 공간이 펼쳐진다.” 의정부시는 이처럼 행복로를 명품테마거리라고 주장한다.
행복로는 중앙광장, 빛의광장, 공연광장, 소리광장, 수변공간 등 크게 5개 구역으로 나뉜다. 그러나 행복로를 다녀본 사람들 일부의 말은 다르다. “앉아서 쉴 곳도 마땅치 않고,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그루당 수천만원짜리 소나무를 64그루나 심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돈이 남아도는 모양이다.” 전문가 평가는 더 심하다. “도대체 테마가 뭔지 모르겠다.”
명품테마거리에 테마가 없다는 지적은 심각하다. 길 하나 막고 그 곳에 100억원이 넘는 돈을 치장했으면 “바로 이 것이다”라는 탄성이 나와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 미학이 사라지고 4차선 도로에 이것 저것 돈으로 공간을 채워넣었다는 지적인 것이다.
준공 뒤 우려되는 것도 돈이다. 행복로를 유지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돈이기 때문이다. 올해 행복로 보완사업비는 5억원, 인건비와 전기세 등 운영비는 2억3천여만원, 행복로축제사무실 임차료는 5천250만원이다. ‘돈 먹는 하마’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행복로 축제비를 2억원 가량 잡아 놓고 틈만 나면 유명 연예인들을 불러 흥청망청 공연을 즐긴다.
그러나 의정부시는 같은 문화공간인 의정부예술의전당 리노베이션 비용은 단 한푼도 책정하지 않았다. 2001년 개관 이래 단 한차례도 리노베이션을 하지 않아 시설이 매우 노후된 예술의전당이다. 예산도 해마다 삭감하고 있으며, 하자보수비 3억원과 올해 하반기 기획공연 초청료 및 내년 개관 10주년 기념공연 계약금 등 6억원도 반영하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행복로 테마는 6.2 지방선거를 겨냥한 돈잔치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의정부시의 자기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