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개관한 뒤 김문원 시장 임기 8년 동안 단 한차례도 개보수를 하지 않아 시설이 노후화된 의정부예술의전당 리노베이션 사업이 올해도 사실상 좌초됐다.

문화공간 확보 등의 명분으로 행복로(옛 중앙로) 공원화 사업에 102억여원을 쏟아부은 의정부시는 정작 문화공간인 예술의전당에는 쓸 돈이 없다는 주장이다.

시는 올해 본예산에서 9억여원을 뭉텅이로 삭감하고 리노베이션 예산을 전혀 책정하지 않은데 이어, 지난 3월23일부터 4월2일까지 진행되고 있는 제191회 의정부시의회 임시회 ‘2010년 제1회 추경예산안’에도 단 한푼 계상하지 않았다.
 
◆행복로만 치장…예술의전당은 뒷전

▲ 의정부 행복로

세계적 지휘자인 금난새씨가 2008년 12월 대공연장에서 송년음악회를 연주한 뒤 이진배 예술의전당 사장과 김문원 시장을 찾아가 “무대 음향반사판을 빨리 고쳐야 한다”고 지적하는 등 예술의전당 공연시설은 벼랑 끝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해 12월8일 이진배 사장은 의회 예산안 심의 때 “의정부시가 예술의전당 리노베이션 사업비를 확보해주겠다고 했는데 상당히 의문되는 부분이 많다”며 “실시설계를 하려면 당장 시작해야 하고, 설계한 다음 그것을 가지고 추경에 (예산을) 편성해야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진배 사장은 “극장 노후화에 따른 리노베이션은 전부 1순위”라며 “금난새라는 예술가가 그렇게까지 열성을 가지고 무대를 고치라고 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무대에서 연주를 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정부시는 지난해 순수 시비 102억여원을 들여 중앙로를 공원으로 조성한 뒤 행복로라고 개명하고, 이곳에서 각종 행사를 벌이는 것과 정반대로 예술의전당 리노베이션 예산은 책정하지 않고 있다.

◆행복로 공연 올인…예술의전당 고사

▲ 의정부예술의전당

예술의전당은 이번 추경안에 맞춰 의정부시에 하자보수비 및 보상비(초청료) 9억여원을 요청했으나 결국 단 한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예술의전당은 하자보수비 3억원과 올해 하반기 기획공연 초청료 및 내년 개관 10주년 기념공연 계약금 등 6억원이 필요했으나, 아예 예산안에 계상되지도 못했다.

이에 따라 각종 기획공연은 물거품되었고, 대관사업에 치중할 수밖에 없게 됐다. 예술의전당 개관 9년 만에 최악의 상태가 된 것이다.

의정부시는 2008년 45억원 주던 예술의전당 예산을 2009년엔 39억원으로 깍은 뒤 2010년엔 34억 9천만원으로 더 줄였다. 34억 9천만원에는 해마다 별도 지원하던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예산 4억8천만원이 포함됐다. 결과적으로 9억여원이 뭉텅이로 삭감된 것이다.

반면 행복로 페스티벌 비용으로 1억9천634만원을 책정하고, 빈번하게 유명가수와 연예인 등을 불러 공연을 즐기고 있다. 또 행복로축제사무실 임차료 예산을 3천700만원에서 5천250만원으로 증액했다. 올해 행복로 보완사업비는 5억원, 인건비와 전기세 등 운영비는 2억3천여만원이 추가 투입된다.

이와 관련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평소보다는 기획공연이 줄겠지만 중소규모 공연은 가능하다”며 “기획사·예술단체와 함께 공동기획으로 공연을 유치하면서 실정에 맞게 대관사업 등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의정부시 예산 관계자는 “재원이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