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일 실시되는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6.2 지방선거)가 90여일 가량 앞으로 다가왔다. 2월19일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자마자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위해 선거사무소 건물에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명함을 돌리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저마다 지역의 일꾼이 되겠다는 다짐으로 6.2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모두가 소중한 지역의 자산이다. 되도록이면 인품과 덕망이 넘치고 실력을 겸비한 정치일꾼이 한명이라도 더 뽑혀 지역발전을 꾀하고 소외된 이웃과 서민을 감싸주었으면 하는 게 유권자들의 바람일 것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밀실·돈공천 소문이 돌고, 관권선거 의혹이 다분한 일들이 포착돼 이번 지방선거도 과거처럼 불법선거가 판치는 게 아닌가 큰 걱정이 생긴다. 이에 따라 경찰 등 수사당국과 선거관리위원회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한 경기도의원 예비후보는 등록도 하기 전에 공천이 확정됐다는 소문을 냈다. 공천권자인 지역 국회의원과 자주 만나 술도 마시면서 이미 거취문제를 매듭지었다는 것이다. 택시기사들까지 그가 공천을 받은 것으로 알고 승객들에게 이 사실을 전한다. 또 당 내부에서는 이미 모 후보가 시장 공천을 받았으며, 그를 위해 당 조직이 가동될 준비를 끝마쳤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 후보들은 유난히 돈이 많은 정치인들이다.
이외에도 도의원 제1선거구에는 누구, 시의원 가선거구에는 누구 누구 등 공천 예정자들이 거론되고 있다. 시장 후보들은 ‘당의 거물과 절친하다’, ‘정권 실세 누구 라인이다’는 등의 이른바 ‘뒷배’ 자랑도 빼놓을 수 없다. 한나라당의 경우 공천기준으로 제시된 ▲당기여도 ▲여론조사 ▲지역발전기여도 ▲도덕성 ▲전문성 등이 무색할 지경이다.
관권선거도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선관위 관계자는 “모르고 하는 건지, 대놓고 하는 건지 공무원들의 선거개입이 심각하다”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시 홍보지를 통한 교묘한 시장 치적 알리기 또는 실정 비판여론 뒤집기는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공무원들이 직접 관변단체를 만나 선거를 대비하고, 각종 기관·단체를 선거외곽조직으로 끌어들이고, 더 나아가 선거사조직까지 꾸리는 등의 관권선거가 기승을 부릴 조짐이 크다는 것이다. 제보도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순수한 일꾼들은 기회를 박탈 당하고, 유권자들의 여론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줄세우기식 당 공천, 일부 정치적인 공무원들의 선거개입, 금품으로 선거결과가 좌우된다는 그릇된 인식, 흑색비방, 일단 당선되고 보자 식의 무책임한 정치풍토 등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로 지역의 보석같은 일꾼을 현명하게 찾아내 파렴치한 정치를 퇴출시키고 지방자치를 한단계 성숙시키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게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