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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는 왜 실패하는가
엘리트 의식에서 비롯된 외골수 골방 정치
  2010-02-22 13:06:29 입력

정성호.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제28회 사법시험 합격 후 변호사 개업. 경기북부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제17대 국회의원. 새천년민주당 당무위원. 열린우리당 수도권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대통합민주신당 BBK 주가조작사건 진실규명 대책단. BBK 김경준 공동변호인단. 민주당 양주·동두천시 지역위원회 위원장.

화려하다. 누가 봐도 대한민국 엘리트다. 법을 다루는 국회의원을 해봄직하다.

38세의 신예 정치인으로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3선의 정치거물이자 법조계 선배인 목요상 의원과 붙어 양주에서 이기고 동두천에서 져 3천206표차로 석패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 뒤 치러진 2004년 총선에서 4선의 한나라당 목요상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뒤, 그는 ‘입법 제조기’라는 별칭을 들을 정도로 왕성한 국회 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4년 뒤 예상하기 쉽지 않았던 결과를 초래했다. 한나라당 김성수 후보에게 불과 1천640표차로 패배한 사건이다. 한나라당 열풍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통합민주당 후보 중 당선가능성이 매우 높은 후보로 분류됐기 때문에 그의 충격은 더 컸다.

정성호의 실패는 크게 두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자신감 또는 자만. 둘째, 그로 인한 자기식 사람관리다. 둘 다 엘리트 의식에서 비롯된 씨앗들이다.

2008년 제18대 4.9 총선에서 그는 스스로 당선된 것으로 착각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별 볼 일 없던’ 김성수 후보가 ‘박근혜 지지호소 영상’이라는 신종 선거운동을 들고나오고 ‘동정의 눈물’을 연출하며 끝까지 뛰어다닌 것과 비교된다.

낙선 뒤 그는 ‘시민들이 일 잘한 나를 외면했다’, ‘선거 때 바람만 잘 불면 된다’는 식으로 본인을 지지하고 사랑한 유권자들을 외면했다. 엘리트적 자만의식과 그에 따른 시민들에 대한 배신감이 스스로를 ‘골방 외골수’로 만들었다. 그렇게 2년여가 흐른 뒤 최근에야 6.2 지방선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골방을 나왔다.

이런 정치스타일 때문에 그에겐 사람이 없다. 김형광·이덕호 전 국회의원 등 초창기 정치 입문 때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떨어져 나갔다. 김성수 국회의원은 적장이 됐다. 사람들은 그에게 ‘사람 냄새’를 맡지 못하겠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도와주는 사람도 줄어들고, 그와 정치를 함께 할 ‘순결한 동지’도 없다.

결과는 2006년 5.31 지방선거 때 동두천에서는 한나라당에 몰패, 양주에서는 박재일 양주시의원 1명이 살아남는 처참한 현실로 나타났다. 돌아오는 6.2 지방선거도 처참한 결과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흥규 전 경기도의원이 양주시장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치명적이다. 박재일 시의원과 그의 동생 박재만 양주시 축구협회연합회장의 동반 출마에 따른 부담감 조정도 매끄럽지 못하다. 조정력이 없다보니 형제간 불화만 키웠다. 오세창 동두천시장은 입당을 주저한다. 후보군이 빈약하다보니 민주당 정체성과 정면 배치되는 인물들도 출마자로 거론된다. ‘듣보잡’ 수준의 예상후보도 나온다. 평상시 아무 활동 없이 선거 때만 굴러들어오는 ‘정치해바라기’들은 유권자들이 다 안다. 필패의 수순이다.

지방선거는 후보자들의 몫이라고 주장하는 정성호 전 국회의원의 소신이 틀리지는 않다고 치자. 그렇다면 후보자를 발굴하고 키우는 것은 위원장의 몫이다. ‘나만 잘 났고, 나만 성공하면 된다’는 식의 정치는 공멸을 부른다.

정성호 전 의원이 그동안 시민들과 함께 부대끼며 호흡하고, 그들을 어루만지고, 그들을 위해 눈물 흘리는 진정성 있는 정치활동을 해왔는지 자문해야 할 일이다. 국회의원은 입법활동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밑바닥에서 시작하여, 그 속에서 사람을 발굴하고, 피와 땀을 흘리며 끌어주고, 정치적 동지를 만들지 않는 한 실패는 필연이다.

각종 추문과 의혹으로 점철된 김성수 후보에게 밀려 한나라당에 국회 과반수를 내어주고, 그가 언론법 날치기 통과를 위해 사수대가 되어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게 하고, 4대강 예산 통과를 위해 총알받이가 되어 몸싸움을 하다 속기석에 떨어지는 낯뜨거운 추태를 벌이게 만든 정성호 전 의원은 역사에 큰 죄를 지은 패배자다. 죄를 씻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고개 숙이고 ‘진짜’ 눈물을 흘려야 한다.    

2011-01-05 01:39:16 수정 유종규 편집국장(freedomy@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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