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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도나 유다에도 못 미치는 일부 기독 사학
김수민
  2006-01-20 13:21:08 입력

1990년 5월6일 동네를 떠돌아다니던 나는 거의 끌려가다시피 K교회에 나가게 되었다. "태워주시려구요? 저희 집 여기 근처예요." 봉고차에 탄 여자는 막무가내였고, 그 안에 앉은 아는 형은 괜찮으니 그냥 타라고 했다. 그렇게 나가게 된 교회,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그해의 일요일 대부분을 '주의 품'에서 보내게 되었다. 낯익은 얼굴들이 차례로 교회에 들어왔다. 나와 비슷한 사연을 갖고.

목사 없이 전도사들과 집사들로 인해 예배가 진행되던 K교회는 학년별로 조를 편성했고, 1등한 조를 추켜세우는 노래를 하며 예배를 끝마쳤다. 그런 영광을 누리지 못하던 2학년조가 하루는 1등을 했고, 끝나고 사탕을 추가로 타갔다. 나는 그날 아침 아버지가 쥐어준 돈을 동생에게 나눠주지 않고 실수로 죄다 헌금함에 집어넣었다. 동생이 낀 유치원조의 성적은 저조했다. 한번은 헌금을 동생에게 몰아주었고, 그날 유치원조는 1등에 올랐다. 유심히 관찰해보니 한번의 예외도 없이 돈을 많이 낸 조가 1위를 차지했다. 나는 돈을 많이 낸 아이에게 기껏 사탕 몇 알을 더 주며 얼르는 교회의 처사에 분노했다. 교회는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고 가르쳤다. 내게는 절에 다니거나 종교를 믿지 않는 친척들, 친구들을 어떻게 구원할 묘안이 없었다. 대신 내가 교회를 나왔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 시절 교회에 다니는 친구들과 하루가 멀다하고 싸웠다. 그네들은 불상 앞에 절하는 불교도들은 우상을 숭배하는 죄를 저질렀다고 이야기했다. "야야, 그럼 예수 십자가 앞에서 기도하는 건 우상숭배 아니냐?" 나는 앞뒤가 맞지 않는 억지를, 철없는 친구들의 일탈로 이해했다. 그러나 '철없는 친구들'은 언제 어디서나 쉽게 마주친다. 그놈의 건학 이념을 수호하기 위해서인지 내가 다니는 학교는 채플수업을 필수로 지정해 놓았고, 나는 또 한번의 싸움을 비켜갈 수 없게 되었다.

1997년 가을, 어느 음악 팬이 국내에 반입한 '카니발 콥스'의 음반은 검찰의 더듬이와 종교계의 성감대를 건드렸다. 검찰은 기독교의 난리굿에 춤을 추며 수사에 돌입했다. 웃기는 것은 적지 않은 록키드들이 교회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심지어 악마로 비난받는 해외 뮤지션의 상당수조차 교인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덕분에 조소와 독설을 한껏 담은 글로 온라인 글쓰기에 입문했다. 록음악에 경기를 일으키는 인간들에게 친절하게 한마디 덧붙이자면, 나는 예수가 최초의 록커, 최초의 히피라고 확신한다.

나는 그나마 독재정권에 넘어가지 않고 버틴 기독교단체와 지도자들을 믿었다. 하지만 그들의 정체성은 유지되지 못했다. 개척교회의 상징적 인물인 김진홍은 '뉴라이트'의 대장이고, 김수환 추기경은 분별력을 잃은 우익 원로일 뿐이다. 근본주의와 사대주의를 미처 떨쳐 내지 못한 '한국적 종교인'인 그들에게 독재에 저항하는 일은 숭고한 신념을 표출할 유일한 길이었다. 반독재가 전부가 아님을 깨달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먹구름이 걷히자 다들 저급한 수준을 드러냈다. 그들은 현 집권세력과 진보진영을, 다시 말해 오늘 제 비위에 맞지 않는 옛날 민주화동지들을 닥치는 대로 '반미친북', '올드 레프트'라고 싸잡았다.

과학자가 '뽀샵질'을 하면 다친다는 진실이 연일 매스미디어에 오르는 가운데, 종교인들이 감히 정치적 투쟁에 나서고 있다. 종교인들에게는 정치행동의 자유가 있다. 그렇지만 정치행동을 자기 종교의 위력으로 정당화할 자유는, 특히 예수를 팔아 사립학교의 전횡을 사들일 권리는 없다. 한국 주류 기독교의 수준은 고뇌 끝에 예수를 단죄한 빌라도나 예수를 팔고 자살한 유다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나는 천벌을 기대하지만, 그것이 인간의 몫임을 안다.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이다(마태복음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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