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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과 전문의 |
1970년대.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큰 맘 먹고 장만한 흑백TV 앞에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깔깔대며 무언가를 본다. 네모난 TV 화면 안에서는 모 타이어 광고의 모델처럼 피부가 여기저기 접혀져 있는 우람한 아기를 가운데 두고 간호사가 몸무게도 재고 줄자로 머리 둘레도 재고 있다. 아기 머리가 간호사 머리 보다 더 커 보인다. 그 뒤에서는 당시 유행하던 영부인 머리를 한 아기 엄마가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채 흐뭇한 표정으로 아기를 바라보고 있다. 우량아 선발대회 생중계 장면이다.
1970년대 출산장려를 위한다는 목표 아래 매년 시행되었던 우량아 선발대회는 당시에는 그 인기와 관심이 제법 대단하여 당시 엄마들 누구나 한번쯤 참가했으면 하고 생각했을 정도였었다. 나름 엄격한 심사기준이 있었겠지만 결국은 토실토실한 아기를 선발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지금도 우는 아이 달래가며 머리 둘레를 재는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 영향 때문일까. 당시에는 무조건 잘 먹고 살이 찌는 것이 최고였다. 심지어는 큰 얼굴에 두둑한 뱃살, 굵은 목을 가진 사람들을 은근히 선망하기도 했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지금보다는 많이 힘들었던 시기기는 하였지만 적어도 무엇을 먹을까에 대해 고민하는 면에서는 지금보다는 편했으리라 생각된다. 지금이야 칼로리니 트랜스지방이니 하면서 이것저것 따지는 것이 많아졌지만 그때는 무엇이든 잘 먹고 뱃고래를 키우는 것이 목표였으니 말이다. 물론 당시에도 젊은 여성들은 여전히 각선미를 신경 쓰기는 했었지만….
그렇다. 예전에는 너무 말라서 문제였고 지금은 너무 비만해지는 것이 문제다. 적당한 것이 힘들다. 일반적으로 비만이라 함은 체내에 지방조직이 과다한 상태를 일컫는다. 지방 자체는 우리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지만 세상 이치가 다 그러하듯 너무 많아지면 문제가 된다. 고혈압, 당뇨병, 관상동맥질환, 골관절염, 수면무호흡증 등등. 우리가 예상한 바와 같이 비만이 주범인 질병은 매우 많다. 뿐만 아니라 유방암, 대장암, 담낭암, 췌장암, 신장암, 자궁내막암, 전립선암 등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고 하니 무섭기도 하다.
비만은 그 자체가 질병이다. 따라서 비만 환자가 되기 전에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필수이다. 하지만 비만을 예방하는 것이 과거보다는 좀 더 어려워졌다. 왜냐하면 예전에는 교통 부족, 편의시설 부족 등의 이유로 필연적으로 사람이 몸을 많이 움직여야 했고 먹거리도 지금보다는 부족했으므로 당연히 비만해질 이유가 적었지만, 지금은 상대적으로 이러한 여건이 나아졌으니 당연히 덜 움직이고 더 먹게 되어 비만해지게 될 가능성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마른 몸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특별히 신경을 써야만 몸매를 유지할 수 있다. 세상이 편해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은 것 같은 현대사회의 한 단면이다.
비만 예방 및 치료를 위해서는 식사조절과 함께 운동요법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비만 예방과 치료를 위한 식사조절 방법으로 지방은 총 열량의 25% 이내로 섭취하도록 하며 당질 섭취량은 총 열량의 50~60% 정도로 조절할 것, 음주량을 제한할 것, 적당한 단백질, 비타민 및 무기질 섭취를 할 것 등을 제안하고 있다. 다소 어려운 감이 있다.
하지만 좀 더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우리 대부분은 이미 정답을 알고 있는 듯하다. 즐거운 마음으로 적당히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열심히 몸을 움직이는 것이 정답임을. 문제는 실천임을….